SNS로 되살아난 골목시장 (1) 서울 금천교시장

장활력 되찾은 300m 도심 골목
3년전 문 연 독특한 감자튀김 집…SNS서 뜨며 젊은층 발길 늘어
철물점·방앗간이 음식점으로 저녁엔 주변 직장인 몰려 '북적'

외국인 관광코스로…청와대·경복궁·사직단 등 인접
옛모습 간직한 골목시장 매력…한국적 정취 느낄수 있어 인기
서울 내자동 금천교시장 골목이 직장인과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300m 남짓한 이 골목시장에는 80여개의 음식점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서울 내자동 금천교시장 골목이 직장인과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300m 남짓한 이 골목시장에는 80여개의 음식점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은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공동기획으로 전국 주요 골목시장을 소개하는 ‘골목시장 주말 나들이’ 시리즈를 5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첫회인 서울 금천교시장에 이어 서울 망원시장, 대구 서남신시장, 대전 한민시장, 평택 송북시장 등 전국 5개 골목시장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토요일자에 싣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7시,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온 20여명의 직장인이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로 몰려가고 있었다. 잠시후 백팩을 멘 대학생들도 삼삼오오 뒤를 이었다. 땅거미가 지기도 전에 300m 남짓한 골목시장은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 할 정도로 붐볐다.

SNS가 키운 대박가게들

[골목시장 주말 나들이] '청년장사꾼 감자집' 등 SNS 입소문…2030 북적이는 맛집골목 변신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가 단기간에 서울 도심의 명소가 된 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이 컸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SNS의 전파력이 50년 역사의 금천교시장을 유명 먹자골목으로 바꿔 놓았다.

SNS에서 떠오른 대표적인 가게가 크림맥주와 감자튀김을 파는 ‘청년장사꾼 감자집’이다. 2012년 ‘열정감자’란 간판을 달고 이 시장에서 문을 연 김윤규 대표(29)는 청년상인의 롤 모델로 꼽힌다. 김 대표는 5명의 청년 장사꾼과 함께 창업에 나서 3년 만에 서울 곳곳에 11개 점포와 직원 35명을 둘 정도로 성장했다.

직원 이지훈 씨(23)는 “주말이면 하루 500명 이상이 들른다”며 “손님들이 부지런히 가게와 메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주는 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는 SNS상에서 고객관리를 맡는 직원도 있다.

시장 초입의 ‘안주마을’도 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맛집이다. 싱싱한 해산물 위주로 구성된 안주가 50가지가 넘는다. 고영권 대표(35)는 대학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했으며, 부모님이 하던 가게를 물려받아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학생 때 다루던 콘트라베이스는 가게에 소품으로 전시돼 있다. 고 대표는 “싱싱한 재료 본래의 맛을 살린 담백한 음식을 만드는 게 요리철학”이라며 “일본 후쿠오카와 국내 음식명소를 찾아다니며 노력한 끝에 다른 음식점과 차별화한 맛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릉도 오징어 내장탕, 독도에서 채취한 어패류인 거북손, 여수 돌게장 등은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개성있는 메뉴다. 회사원 이상하 씨(28)는 “올 때마다 신기한 안주류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린다”며 “주인의 친절함뿐만 아니라 음식의 독특함 때문에 절로 사진을 찍게 된다”고 말했다.

‘체부동잔치집’은 청년상인이 운영하는 가게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전통적인 맛과 저렴한 가격, 투박한 매장 등 서민 정서에 딱 맞는 분위기 덕분에 40~50대 중년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전승철 씨는 “잔치국수 손수제비 해물파전 메밀전병 녹두전 같은 메뉴가 하나같이 푸짐하고 맛있어 퇴근길에 막걸리 한잔 하려는 손님이 줄을 잇는다”고 말했다.

먹자골목과 관광코스의 시너지

서울 종로구 서촌 끝자락인 자하문로 1길과 사직로 일대에 형성된 금천교시장은 1961년에 개설돼 올해로 54년째다. 금천교는 과거 적선동과 체부동 일대 개천의 돌다리로 지금은 이름만 남아있다. 2012년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로 이름을 바꿨다. 채소 과일을 파는 농산물 판매점과 철물점, 방앗간 등 재래식 소매업종이 점차 모습을 감추고 음식점과 주점 같은 먹거리업종 가게가 주류를 이루면서 시장 이름도 바뀐 것이다. 이곳의 110여개 점포 가운데 80여곳이 음식점과 주점이다.

고영석 상인회장은 “길 건너가 서울경찰청 정부청사 오피스빌딩 등이 밀집한 도심이어서 퇴근길에 한잔하고 가려는 직장인들이 저녁 일찍부터 가게를 꽉 메운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종로2가에 형성됐던 피맛골 먹자골목이 재개발로 힘을 잃어 그곳에 터를 잡았던 3040세대 상인이 대거 옮겨오면서 손님들도 젊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주변 환경도 먹자골목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경복궁, 광화문, 서촌한옥마을, 사직단, 청와대 같은 외국 관광객의 필수 여행코스가 근처에 있어 외국인들이 한국 서민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

서울시티투어버스 운행 코스에도 이 시장이 포함돼 있다. 고 회장은 “아케이드와 보도블록으로 재단장한 천편일률적인 모습의 전통시장보다는 정감있는 골목시장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한국경제·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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