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국경 사라진 전염병

메르스 진정세 속 휴가철 돌입…방심 금물…외국 전염병 확인 필요
베트남 등 동남아서 뎅기열 유행…예방약 없어 각별히 주의해야
말라리아는 미리 약 먹으면 도움…아프리카·남미, 황열 주사 맞아야
휴가철 '제2 메르스 주의보'…예방접종·살충제, 여권만큼 '필수'

휴가철 '제2 메르스 주의보'…예방접종·살충제, 여권만큼 '필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 대다수 사람은 다시 바쁜 일상 속에서 본격적인 여름휴가 채비에 들어갔다. 한국공항공사 등의 조사에 따르면 해외에서 여름휴가를 고려 중인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가 시기는 이달 말부터 8월 중순까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외국여행에 앞서 지역별 전염병 현황을 반드시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전국을 강타한 메르스도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68세 남성 한 명에게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는 수천㎞ 떨어진 외국의 감염병이 갑자기 한국에서 대유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말레이시아·베트남, 뎅기열 확산 주의보

휴가철 '제2 메르스 주의보'…예방접종·살충제, 여권만큼 '필수'

다음달 베트남으로 휴가를 떠나는 박상민 씨(43)는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해외여행클리닉을 찾았다. 여행사 직원이 ‘반드시 예방주사를 맞으라’고 권했기 때문이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해외여행클리닉 과장(감염병센터장)은 “해외 감염병 중 뎅기열은 보통 브라질 등 남미에서 매년 수십만명이 걸리는데, 최근에는 동남아지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예방약이 따로 없기 때문에 뎅기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뎅기 모기는 저녁과 새벽에 활동이 왕성하므로 밝은색 긴소매 옷을 입고, 잘 때는 살충제를 뿌린 모기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 과장은 또 열대지역에선 음식이 상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냄새가 유난히 강하거나 이상한 음식은 먹지 말고 물은 꼭 사서 먹으라고 당부했다. 현지에서 약을 구입하지 말고 국내에서 설사약, 소화제, 항생제를 챙겨가라는 말도 덧붙였다.

동남아에서는 올해 뎅기열 환자가 급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 올 들어 5월 말까지 4만5080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7% 증가한 것이다. 베트남에서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뎅기열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1~5월 남부도시 호찌민의 뎅기열 환자는 4532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1.4% 늘었다. 북부에 있는 수도 하노이에서도 올 들어 뎅기열 환자가 150명을 넘어섰다.

뎅기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뎅기열은 최장 2주일의 잠복기간을 거쳐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하면 간부전이나 신부전 같은 합병증, 혈압이 떨어지는 ‘쇼크 신드롬’ 등으로 숨질 수 있다.
송경호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여행지 질병 관련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송경호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여행지 질병 관련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열대지역 ‘말라리아 예방약’ 복용해야

질병관리본부는 아프리카 및 동남아, 북한 국경과 가까운 중국으로 가는 관광객들에게 말라리아 감염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말라리아는 학질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으로 매년 2억~3억명이 감염되고 수백만명이 사망한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는 주로 증상이 가벼운 삼일열 말라리아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 아열대나 열대지역에서 유행하는 열대열 말라리아는 고열,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치료가 늦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열대열 말라리아의 잠복기는 7~14일이지만 삼일열 말라리아는 7~10개월 뒤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말라리아는 아직 백신이 없지만 예방약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말라리아 위험국가를 여행할 경우 최소한 출발하기 1주일 전부터 복용해 여행이 끝난 뒤 4주까지 먹어야 한다. 특히 인도, 파키스탄,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도시나 리조트 등 관광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대부분 안전하지만 태국과 미얀마, 캄보디아 국경지역에는 항말라리아제(mefloquine)에 내성을 가진 말라리아가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아프리카 여행 땐 알제리나 이집트 등 북부 아프리카, 케냐, 에티오피아 등 고지대를 제외하곤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홍역도 주의해야 한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홍역은 대부분 해외에서 유입된 경우가 많다. 지난해엔 홍역 감염 442건 가운데 해외 유입과 관련된 경우가 96%인 428건이나 됐다. 해외에서 감염된 건수가 21건이었고, 해외 유입 환자에게서 2차 감염된 건수가 407건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베트남, 중국 여행 도중 홍역에 걸렸던 사람이 귀국해 어린아이나 대학생 등에게 병을 전파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홍역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면 감염률이 90%에 이른다. 홍역 예방백신은 두 차례 접종해야 한다. 예방 접종력이 불확실한 1968년생 이후 출생자나 홍역 1차 접종시기가 되지 않은 6~11개월 영아는 1회 접종이라도 해야 한다.

송경호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 등 열대지방을 여행했을 때 전체 여행자의 35%는 설사를 경험하고, 2%는 말라리아, 1.5%는 감기에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며 “특히 배낭여행자, 경험 없는 여행자, 20대 여행자, 흡연자 등이 이런 병에 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어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선진국과 사이판 괌 등 유명한 휴양지를 제외한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은 여행 2~4주 전에 해외여행클리닉 등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여행 후 건강상태 살펴봐야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은 여행 국가와 여행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르다. 우선 홍역, 풍진, 볼거리 등 국가필수 예방접종을 모두 맞은 사람은 선택적으로 A형 간염과 장티푸스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은 추가로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특히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과 중남미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은 꼭 황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이들 지역으로 여행하는 사람은 황열 예방접종 증명서가 없으면 입국을 거부당할 수도 있다. 황열 예방접종은 전국의 국립검역소와 국립중앙의료원에서만 한다.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인하대병원 공항의료센터에서도 예방접종과 여행객을 위한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하다. 여행지의 감염병 정보는 국외여행질병정보센터 홈페이지(travelinfo.c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입국 시 설사·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면 검역관에게 신고하고, 귀가 뒤 증상이 나타나면 보건소와 병원 등 의료기관을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송경호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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