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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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기술의 발달 덕분에 아침에 눈뜨자마자 전 세계 증권시장과 다양한 사건·사고 소식을 접한다. 그중 진짜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정리할 새도 없이 새로운 소식이 들어온다. 직장에서는 업무와 메신저, 이메일을 오가며 멀티태스킹을 한다. 회의에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 보지만 결과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설명으로 위장한 광고가 뒤섞여 있어서다. 장을 볼 때조차 정보의 홍수다. 저마다 과학적 근거를 들며 최고라고 주장하는 수십 종의 계란 중 무엇을 골라야 할까.

[책마을] 정보 홍수에 과부하 걸린 뇌, 정리가 필요하다
신경과학자이자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래비틴 캐나다 맥길대 교수는 《정리하는 뇌(원제·The Organized Mind)》에서 “이런 ‘인지 과부하 시대’에는 정보를 다루는 태도와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효율적으로 판단하고 학습하려면 자연스러운 뇌 작동 방식에 맞춰 정보를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에 언급돼 화제를 모은 ‘1만 시간의 법칙’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연구로 유명하다. 그는 인지과학을 이용해 소니, 애플, 미국 해군 등의 경영 자문에 응했다.

저자는 정부 관료와 경영자, 유명 예술가들과 함께 일해온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정리하는 비결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보여준다. 그는 “인간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도록 진화했다”며 “한 번에 여러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빠르게 주의를 전환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주의력과 집중력은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여러 군데에 신경을 쓰다보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과제를 하는 도중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은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유효 지능지수(IQ)가 10가량 떨어진다는 연구 사례도 있다.

저자는 “차 열쇠를 잃어버리고, 중요한 일정을 깜박하는 것은 온갖 정보들이 뇌에서 주의 쟁탈전을 벌이다 과부하가 일어났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정보에 매몰되지 않고 성공적으로 일하는 이들에게서 발견한 일관된 공통점을 제시한다. 자잘한 일은 미뤄두고, 일에 우선순위를 세워 매순간 당면한 문제에 모든 주의력을 쏟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자잘한 일을 처리할 비서나 보좌관을 둘 수는 없다.

그는 “뇌 바깥의 확장 장치를 활용하라”고 제안한다. 달력과 주소록, 메모지, 스마트폰 등에 적어두는 습관을 들이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중요하지는 않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정보를 외부로 옮겨두면 뇌가 되새김질을 하는 대신 다른 중요한 일에 집중하게 된다. 방해받지 않고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생산성 시간과 공간’을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자는 유명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비서가 일정을 관리하고 파일을 정리하는 법부터 구글 페이스북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의 임원들이 사용하는 아이디어 기록법, 기억 떠올리기 비결, 심리학자들이 소지품을 잊지 않고 챙기는 법 등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 정리법을 소개했다. 정보 정리 과정을 도식과 도표로 나타내 독자들이 일상에 쉽게 적용해볼 수 있게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