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과테말라에 파견된 홍성진 경사(치안전문가·왼쪽 두번째)가 현지 경찰관들에게 국내 디지털포렌식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지난 4월 과테말라에 파견된 홍성진 경사(치안전문가·왼쪽 두번째)가 현지 경찰관들에게 국내 디지털포렌식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K-캅 웨이브(K-cop wave·한국 경찰의 물결)’, 한국 치안시스템이 새로운 수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호에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경찰산업에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경찰 시스템과 장비의 우수성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수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는 최근 대우인터내셔널에 경찰 통신망 구축을 의뢰했다. 파푸아뉴기니 경찰 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사업비는 4000만달러(약 440억원) 규모다. 2013년 치안부 장관을 한국에 초청해 국산 경찰 장비 및 시스템의 우수성을 홍보한 경찰청의 측면 지원이 한몫했다.

이코노미스트는 “K팝이 인기를 끈 뒤 한국 가수들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하듯 1000명에 가까운 한국 경찰관이 2005년부터 69개국에 파견돼 한국 경찰 시스템을 전파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 등에서는 시위 진압 방법을 가르치고 있으며, 과테말라에서는 사이버 범죄 대응 요령을 교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청이 진행하고 있는 ‘초청연수사업’의 성과를 보도한 것이다.

올해 출범한 치안한류센터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내놨다. “치안한류 확산을 위해 경찰청은 앞으로 4년간 관련 예산을 사업 초기에 비해 다섯 배 늘어난 2000만달러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2018년까지 300명의 한국 경찰이 해외에 파견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는 지금 K-캅 열풍"…경찰장비 수출 '날개'
한류 바람은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지난달 말 강원 원주시에서 열린 ‘2015 국제과학수사박람회’ 경찰청 부스 앞에서 만난 칼리드 자베르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 법의학센터장은 한국 경찰 장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국 경찰의 수준 높은 수사기술에 놀랐다”며 “이미 한국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기회가 있다면 더 많은 기술을 전수받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경찰 장비의 우수성이 기업들의 구체적인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3년 이후 2년간 물대포와 경찰 방패 등 시위 진압 장비 6000만달러어치를 수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12년 오만에 국산 살수차 25대를 비롯해 1600만달러어치 경찰 장비를 공급한 데 이어 2013년에는 페루에 순찰차 800대를 3000만달러에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경찰 통신망 구축사업(7200만달러)을 수주했다.

시스템 개발기업인 경봉 역시 올해부터 내년까지 온두라스에 350만달러, 엘살바도르에 230만달러어치 폐쇄회로TV(CCTV)를 수출하기로 했다. 지난해 서울지방경찰청이 발주한 교통정보용 CCTV시스템 디지털 전환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된 게 밑거름이 됐다는 후문이다.

정보기술(IT) 솔루션업체 클로닉스는 삭제된 비디오 영상을 복구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해외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홍콩과 일본에 관련 기술을 수출한 데 이어 미국과 멕시코와도 논의 중이다. 올해 초부터 22개 지방 경찰청에 해당 기술을 공급한 게 계기가 됐다. 클로닉스 관계자는 “경찰청에 납품하고 있다는 점에 해외 수요자들이 신뢰를 보냈다”고 말했다.

IT기업 더존비즈온은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실과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의 협조를 얻어 지난해 말 오만 정부가 발주한 1040만달러(약 115억원) 규모의 ‘디지털포렌식(인터넷 및 모바일 데이터 분석을 통한 수사)센터 구축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치안 수요가 높은 중동과 남미 등지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품질이 좋은 한국 경찰장비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근 경찰청 외사국장은 “국내 경찰 시스템 교육에 참가한 해외 경찰들은 교육 과정에서 접한 국산 인프라와 장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관심이 국내 민간기업의 수출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