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번주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의 중대 고비로 보고 있다. 집중 감염 시기로 추정되는 지난 15~17일로부터 최대 잠복기(14일)는 지났다. 첫 환자 A씨가 지난 20일 격리된 것을 고려하면 A씨가 직접 전염시킨 환자가 더 나오긴 어렵다. 권준욱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31일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 몇 명을 추가로 검사 중”이라며 “이들을 제외하면 15~17일에 노출된 사람 중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A씨가 직접 전염시키지 않은 3차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다. 첫 환자 A씨가 1차 감염, A씨가 옮긴 사람이 2차 감염자다. 지금까지는 2차 감염자만 14명 나왔다. 14명 중 누군가가 또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킨 사례가 확인되면 이는 3차 감염이다. 정부는 이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 정부는 메르스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129명을 격리하고 있다. 그러나 3차 감염자가 나올 경우 메르스 노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정부가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게 늘어난다.

정부가 애초에 A씨 주변인을 빠르게 격리했다면 3차 감염이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정부의 초기 대응에 허점이 있었다. 전염성이 낮다는 점만 강조하다가 모니터링 범위를 너무 좁혀 잡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메르스 환자의 아들이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도 몰랐다. 2차 감염자 14명 중 8명이 정부의 관리그룹 밖에 있었다.

이 때문에 확진 환자 중 상당수는 자신이 메르스에 걸린 줄 모르고 일상생활을 했다. 그 사이 주변인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한 환자가 확진 전 중국으로 출국하는 과정에서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65명이 중국에 격리돼 있다.

메르스 의심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할 음압병상(병실 안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문밖으로 공기가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병상)이 터무니없이 적은 것도 문제다. 바이러스 유출을 막는 음압병상은 전국에 106개 있다. 수도권엔 국립중앙의료원 18병상, 서울대병원 5병상, 인천의료원 5병상, 국군수도병원 4병상밖에 없다. 의심환자들은 음압병상이 남아 있는 지방으로 이송되고 있다. 만약 3차 감염이 확인돼 환자가 크게 늘어날 경우 병상 부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한국에서 바이러스가 변이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른 국가 사례보다 전염성이 워낙 강해서다. 정부는 네덜란드 에라스뮈스실험실 등 네 개 기관에 바이러스 분석을 의뢰했다.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강한 형태로 변이된 것이 확인되면 3차 감염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