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부는 ‘여풍(女風)’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신임 판검사 절반 이상이 여성으로 채워진 지는 오래다. 성적대로만 뽑으면 법원 검찰이 온통 여성 치마폭에 싸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변호사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여성 변호사들은 유리천장을 깨부수고 커리어 우먼의 최선두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로펌에서 일하는 여성 변호사들의 면면을 차례로 소개한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근아, 이선지, 이윤정, 이지수, 박마리, 이윤조, 이현정, 최지현, 정교화, 이지원, 이세리 변호사. 김앤장 제공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근아, 이선지, 이윤정, 이지수, 박마리, 이윤조, 이현정, 최지현, 정교화, 이지원, 이세리 변호사. 김앤장 제공
김앤장 전체 변호사 769명 가운데 여성은 181명으로, 4명에 1명꼴이다. 맏언니는 홍선경 변호사(69)고, 막내는 올해 로스쿨(4기)을 졸업한 새내기 변호사들이다. 대부분 SKY대(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으로 6년여 근무한 뒤 외국 유명 대학에서 1년 이상 유학했다. 외국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거나 글로벌 로펌 근무 경험이 있는 등 김앤장의 남성 변호사에 전혀 손색이 없는 스펙과 실력을 자랑한다.

◆금융·경제통 수두룩

홍선경 변호사는 수재들 집합소인 김앤장에서도 ‘전설’로 통한다. 서울대를 수석 입학하고 문리대를 수석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웰즐리대와 하버드대, 예일대 로스쿨을 차례로 나왔다. 힐러리 클리턴 전 미국 국무장관과는 웰즐리대 동기 사이. 존스데이 등 미국 로펌에서 8년간 일한 뒤 1993년 김앤장에 입사했다. 파생상품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실력가로 알려졌다.

국내 변호사 중 최고참은 이지수 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다. 판사 출신으로 1996년 김앤장에 합류한 이후 2009~2010년에는 국세청 초대 납세자보호관(국장급)을 지내는 등 다양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행(은행감독원)에서 4년 가까이 근무한 뒤 진로를 바꾼 이선지 변호사(28기)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포함한 구조화금융 업무와 금융감독 법규·금융기관 인허가 분야 등이 전공인 금융전문 변호사다.

조근아(31기)·최지현(32기)·이윤조(33기) 변호사는 각각 부동산과 공정거래, 헬스 분야 인수합병(M&A) 베테랑들이며, 정교화(28기)·이윤정(28기)·이세리(33기)·박마리(36기)·김민조(36기) 변호사는 각각 국제중재와 환경, 인사노무, 정보기술(IT), 공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검객에서 기업 이익 대변자로

법원·검찰 경력자는 총 13명이다. 이 중 이옥(21기)·이현정(27기)·이지원(29기) 변호사는 검사 출신이다.

여검사 중 최고참인 조희진 현 제주지검장(19기)에 이어 ‘넘버2’로 통했던 이옥 변호사는 2010년 3월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을 끝으로 18년간의 검사생활을 뒤로하고 그해 5월 김앤장 변호사로 변신했다. 은행 측을 대리,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 판매에 대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아내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요즘은 투명한 회사 경영 프로젝트 등을 통해 형사사건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도록 고객 기업을 돕고 있다. 기업 형사사건이 전문인 이현정 변호사는 대학에서 소비자학을 전공한 덕분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14년 검사 경력의 이지원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최초 특수부 여검사’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업계 1위 반도체 제조업체의 조세포탈 사건, 주요 건설회사가 총망라된 공사입찰 담합 사건, 다국적 상용화물차업체 간 가격 담합 사건 등을 검찰 단계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토록 하는 등 ‘특수통’ 경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하는 워킹맘들

‘엄친딸’에게도 가장 큰 고민거리는 직장 일을 하면서 동시에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최지현 변호사는 자신을 “70점짜리 주부”라고 평가했고, 박마리 변호사는 주말 일정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윤정 변호사는 마흔셋에 아들을 낳은 늦깎이 엄마. 그는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아들을 낳은 것과 변호사가 된 것”이라며 “일과 가정 어느 하나에서 완벽하게 하려고만 하지 않으면 다 잘할 수 있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