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네팔로 떠난 엄홍길 대장의 기도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29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대지진 참사를 겪고 있는 네팔로 떠났다. 대한적십자사 긴급구호대장 자격이다. 지난 28일 저녁 출장 준비에 바쁜 그를 서울 장충동 엄홍길휴먼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여진이 계속되는데 위험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는 “그래도 가야지. 내가 가서 노여운 신(神)을 달래야 한다”고 답했다.

8000m급 16좌를 세계 최초로 모두 오른 산악인 엄 대장에게 네팔은 제2의 고향이다. 신이 자신에게 준 은총을 갚는다며 현지에 학교 ‘휴먼스쿨’도 짓고 있다. 16개를 짓는 게 그의 1차 목표다. 현재 12개까지 지었다. 안타깝게도 13번째 학교를 지을 고르카 만드레 지역이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엄 대장은 이날 1분 간격으로 통화를 했다. 12개 학교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서너 곳의 상황은 좋지 않은 듯했다. 엄홍길휴먼재단에서는 1차로 네팔에 10만달러를 전달하기로 했다.

네팔 봉사활동 멤버들을 만나기 위해 수유동 수유시장으로 가는 엄 대장과 동행했다. 네팔을 돕기 위해 ‘피겨 여왕’ 김연아 씨가 1억원을 유니세프에 기부했다는 소식, 엄 대장이 급히 네팔로 떠난다는 얘기 등이 자동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수유시장 한 횟집에 들어가니 박겸수 강북구청장, 이정식 강북구의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최용호 수유시장 대표 등 지인들이 여럿 와 있었다. 네팔 현지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도봉산 등 산행도 함께하는 멤버들이다. 식사에 앞서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에게 전원 묵념을 했다.

이날 식당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2주 전 네팔 만드레 지역을 다녀왔다. 학교 부지 현장조사, 의료 봉사 등을 하기 위해서였다. 김영범 재단 운영이사의 제안에 참석자들은 각자 모금 행렬에 동참하기로 했다. 김 이사는 며칠 후 후발대로 떠나 엄 대장과 합류한다고 했다. 엄 대장과 ‘청소년 희망원정대’를 운영 중인 강북구도 자체 봉사단 파견을 검토 중이다.

엄 대장은 한 시간도 안돼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기립 박수를 하며 그의 건투를 빌었다. 네팔 지진지역 주민들이 더 큰 피해 없이 무사하길 기원하면서….

이해성 건설부동산부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