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법률시장 국제화는 세계적 흐름…한국, 개방 폭 넓혀야 투자 활발"
“DLA파이퍼는 ‘법률 서비스의 국제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출범했습니다. 출범 당시 22개국에 있던 지역사무소를 현재 31개국으로 늘리는 등 법률 서비스의 국경 문턱을 낮추는 데 주력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런 전략이 옳았음이 증명됐습니다.”

출범 10년을 맞은 글로벌 로펌 DLA파이퍼의 테리 오말리 명예회장(아시아태평양 경영담당 겸직·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DLA파이퍼는 변호사 약 4500명을 보유한 로펌으로 베이커 앤드 맥킨지와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DLA파이퍼는 2005년 그레이 캐리 웨어 앤드 프라이덴리치(미국계·이하 그레이 캐리), 파이퍼 러드닉(미국계), DLA(영국계) 등 세 개 로펌의 통합으로 만들어졌다. 로펌 총수입은 통합 직후인 2006년 15억5750만달러에서 지난해 24억8100만달러로 59.3% 늘어나 법률시장에서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오말리 명예회장은 “각종 산업 분야가 세계적으로 통합된 만큼 법률 서비스도 그에 맞춰 통합되는 게 당연하다”며 “글로벌 인프라를 갖추니 다국적 기업 고객이 늘어나고 세계적 명성의 변호사도 꾸준히 들어와 DLA파이퍼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로펌도 글로벌 로펌과 업무 협력을 많이 할수록 세계 법률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다고 본다”며 “변호사 개인에게도 서울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일하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말리 명예회장은 2005년 통합 당시 그레이 캐리 소속이었다. 그레이 캐리는 파이퍼 러드닉이나 DLA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다. “통합 전 그레이 캐리 내부에서 로펌 경영의 주도권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는 없었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단호하게 “없었다”고 답했다. 오말리 명예회장은 “그레이 캐리는 첨단기술산업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에 통합 이후에도 리더십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변호사들이 법률시장 개방으로 주도권을 잃을까 두려워한다’는 지적에는 “한국법 사무는 한국 변호사만의 영역이다. 글로벌 로펌 서울사무소의 경영권은 한국 변호사가 가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오말리 명예회장은 법무부가 최근 발표한 법률시장 3차 개방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법무부 개방안은 내년부터 국내에 한국·외국 로펌의 합작 법무법인 설립을 허용하되 외국 로펌에 경영권을 주지 않기 위해 지분율을 49%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그는 “법무부 규제대로라면 글로벌 로펌이 한국 시장에 주목할 만한 투자를 하기 어렵다”며 “시장 개방 폭을 넓히면 투자가 들어와 법률시장 소비자와 한국 변호사들이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