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칼럼] 총파업? 그냥 파업이 맞다
집회나 시위 때마다 주최 측과 정부 측이 제시하는 참가자 숫자는 늘 다르다. 파업이나 정부 비판 시위 등에선 더욱 두드러진다. 일관된 공통점도 있다. 주최 측 숫자가 정부 측 수치를 웃돈다는 거다.

지난 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벌인 ‘4·24 총파업’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노총은 전국 2926곳 사업장에서 26만9000여명이 파업에 나섰고, 서울광장 등 전국 17곳에서 열린 총파업대회에는 7만750여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집계는 이를 훨씬 밑돌았다. 파업에는 50여개 사업장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 등 3만7500여명이, 총파업 집회에는 4만3000여명이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투쟁동력 약화의 징후들?

어느 수치가 정확한지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양측 모두 크게 차이나는 숫자를 들어 자신들의 집계가 맞다는 점을 내세울 뿐이다. 정확한 수치는 애초에 관심도 없다.

현장에서 나타난 몇 가지 징후들은 민주노총의 세(勢) 결집과 동력 확보가 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서울광장 집회에서 나타난 이례적인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날 선발대는 항상 자리했던 금속노조 대신 플랜트노조가 맡았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현대자동차 노조가 ‘억지 파업을 강요한다’며 간부들만 참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예견됐던 일이었다. 플랜트노조가 어쩔 수 없이 선발대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울산 태화강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울산대회’는 노노 갈등까지 빚었다. 파업에 불참한 현대차 지부장 등을 비난한 한 참가자의 발언이 결국 현대차 지부 간부들과의 몸싸움으로 번졌고, 집회는 거리행진 없이 끝났다.

‘파업권이 보장되지 않은 교사와 공무원도 집단 연차나 총회 개최 등의 방식으로 파업에 참여한다’는 민주노총 설명도 참가자 수치가 커지는 변수로 작용했을 법하다.

공감 얻기엔 동떨어진…

집회나 시위를 하는 목적은 내 주장과 입장을 널리 알려 지지 기반을 폭 넓게 확보하자는 데 있다. 민주노총이 이번 총파업 집회에서 내건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등 노동정책 분쇄’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등 4대 목표는 공감을 얻기에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년 60세 연장으로 젊은 층의 고용 절벽이 우려되는데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안타깝다”(취업준비생), “조직력이 강한 민주노총 산하 조합원들은 무노조 중견·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이해할 수 있을까”(중소기업 근로자)라는 반응이 그렇다. “철밥통 공무원들의 연금을 개혁하는데 일반 국민들이 왜 신경을 써야 하나”라고 불평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언어의 힘은 매우 크다. 그래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싸매고 표어를 짓고, 슬로건을 만들고, 광고 카피를 작성한다. 단어 앞에 붙이는 ‘총(總)’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크고 단합됐다는 의미를 은연중에 부여한다. 표현된 언어가 규모(정부 수치 기준 파업참가율 5.7%)나 의미에서 현실과 괴리됐다면 고치는 게 상식이다. “민주노총 총파업은 무슨, 그냥 파업이지”라는 주변의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박기호 선임기자·좋은일터연구소장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