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을 시작하기 전 증거조사를 먼저 할 수 있도록 하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절차)’ 제도 도입이 논의되면서 변호사업계와 관련 산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는 등 법률시장의 파이가 커질 수 있어서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기업 상대 소송에서 증거를 기업 측이 독점하고 있어 이길 수 없다”며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나 시장이 기업 등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해 10월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건의했다.

디스커버리를 둘러싼 시장도 커진다. 특히 종이문서 등 아날로그 증거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증거개시제도에 디지털 증거를 추가한 e-디스커버리(전자 증거개시절차) 분야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 업체 1위 e-디스커버리 컨설팅펌인 유빅의 조용민 대표는 “미국 등 외국 기업들은 한국에 진출할 때 e-디스커버리 제도가 있는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며 “법적 다툼에서 투명성이 확보돼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e-디스커버리 시장은 2012년 5조905억원에서 지난해 6조4986억원 규모로 커졌다. 2020년에는 16조2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다. 한국 유빅은 2011년 12월에 설립돼 100여건의 국제소송에서 e-디스커버리 분야 자문을 맡았다. 삼성을 포함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에도 분쟁 해결 컨설팅을 제공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