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뿔뿔이 흩어지고 사무실은 경쟁 선사가 사용

지난해 세월호 참사 직후 사고 원인 수사를 위해 꾸려진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첫 압수수색 대상지는 인천 청해진해운 본사였다.

수사관 10여 명은 세월호 침몰 이틀 후인 지난해 4월 18일 오전 0시 사고 선사인 청해진해운 본사에서 세월호 운항 일지와 화물 선적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앞서 세월호 침몰 당일 인천시 중구 항동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건물에 입주한 청해진해운 본사는 갑자기 몰려든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고 당일까지만 해도 청해진해운의 경영진은 검찰의 칼끝이 자신들을 향할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사고대책본부를 꾸린 선사 측은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을 빌려 여객선을 인양하겠다"며 사고 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시작조차 못한 인양 계획을 사고 당일 발표하기도 했다.

꼬박 1년 만인 15일 다시 찾은 인천항 여객터미널 건물에 청해진해운 본사 흔적은 없었다.

청해진해운이 쓰던 사무실은 한때 경쟁 선사였던 JH페리와 고려고속훼리가 나눠쓰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지난해 6월 30일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나 사무실을 모두 비웠다.

여객터미널 건물을 관리하는 주식회사가 사단법인으로 전환됨에 따라 터미널의 다른 입주 업체와 계약기간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에는 6개월만 계약했기 때문이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사고 전까지 1층 매표소를 포함해 사무실 공간 475.06㎡를 6개월 간 1천857만원가량 내고 빌려 쓰고 있었다.

또 화물 야적장 8천57㎡도 1천977만원에 사용했다.

인천항 여객터미널 건물을 관리하는 인천항여객터미널관리센터의 한 관계자는 "임대료는 다행히 계약 당시 선납으로 받아놓아 연체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사고 이후 사실상 풍비박산이 났다.

직원 대부분이 퇴사했고 동종 업계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일부는 아예 다른 일을 하거나 직장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 그만둔 전직 청해진해운의 한 부장급 간부는 "한강과 여수 쪽에서 근무한 직원 2명이 퇴사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직장을 못 찾은 직원도 있다"고 전했다.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4명은 운항 과실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36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들 외 김한식 대표이사 등 청해진해운 임직원 7명도 1심에서 금고나 징역형을 받았다.

청해진해운이 보유했던 세월호의 '쌍둥이배' 오하마나호는 감정가가 100억원이 넘었지만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4차례 유찰 끝에 지난 1월 28억4천만원에 팔렸다.

오하마나호의 새 소유주는 엔진 등 선박 동력장비를 교체한 뒤 해외에 매각하거나 고철로 분해해 팔 것으로 알려졌다.

편법과 무리한 운항으로 수십년 간 돈을 벌어 배를 불렸던 선사 청해진해운은 그렇게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