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관련 예산의 대폭 확대를 공언했던 정부는 2015년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안전예산이 전년 대비 17.9% 늘어난 14조7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예산 분야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크다”는 얘기도 덧붙었다.

그럼에도 안전예산 증가액은 복지예산 증가액의 4분의 1 수준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최근 기자와 만나 “복지 분야에 많은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초가 부실해 무너져버리는 사상누각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게다가 안전예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전과 관련 없는 항목이 많다.

정부의 안전예산 증액 방침에 맞추기 위해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양수산부가 안전예산으로 분류한 ‘항만증심 준설’(1319억원) 사업은 항구에 큰 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바닥을 깊게 파는 내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수리시설 개·보수’(5487억원)는 재해 대비보다는 영농 편의를 높이는 목적이 강하다. 가뭄 대비 수리시설을 설치하는 ‘다목적 농촌용수 개발’(3050억원)도 안전예산으로 보기 어렵다.

국토교통부의 ‘단양 수중보 건설 사업’(79억원)은 관광 수입을 위해 수중보 구조물을 설치하는 공사다. 산하기관에 대한 지원금도 안전예산으로 분류했다. 해수부의 선박안전기술공단 지원금(134억원)과 국토부의 교통안전공단 지원금(375억원),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출연금(103억원) 등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재해 기금을 주차장 설치, 농로 포장 등 엉뚱한 곳에 쓰고 있다. 지난달 감사원은 ‘재난·재해기금 운영 실태’를 발표하며 “55개 지자체가 별도 전용계좌로 관리해야 할 재난·재해기금 1조4791억원을 재정 융자나 지방채 상환 등 목적으로 운용하는 통합관리기금에 예탁한 뒤 본래 목적과 다르게 썼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