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필로 남긴 정치권 비자금 제공 내역 쪽지에 모두 8명의 전·현직 정치인이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메모에는 검찰이 확인한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외에 이병기 현 비서실장, 이완구 총리 등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적시된 것은 물론 성 전 회장이 건넨 금품 액수까지 기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에 따르면 쪽지 주 내용은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홍문종 2억, 유정복 3억 , 이병기, 이완구'이다.

이 쪽지는 전날 성 전 회장의 시신을 검시하는 과정에서 김·허 전 비서실장 등 정치인 8명의 이름과 특정 액수가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김·허 전 비서실장 등 정치인 8명의 이름과 특정 액수가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이 중 6명은 금액이 기재됐고 1명에 대해서는 날짜까지 표기돼 있다.

이 메모와 관련 있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구체적 내용도 윤곽이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이날 김·허 전 비서실장 등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의 성 전 회장 전화 인터뷰 육성이 담긴 3분51초 분량의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녹취파일에서 성 전 회장은 옛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전후한 시점인 2006∼2007년 김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1억여원)를, 허 전 실장에게 7억원을 줬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내용은 성 전 회장의 메모 내용에 부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메모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을 공개하는 방송 보도 등이 뒤따랐다. 메모에는 김·허 전 실장에 관한 내용 외에도 '홍준표(1억), 부산시장(2억), 홍문종(2억), 유정복(3억), 이병기, 이완구' 등이라고 적혀 있다는 보도로, 대체적 내용이 검찰이 확보한 메모 내용과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메모에 적힌 전체 글자 수는 55자"라며 "우선 필적감정을 의뢰해 메모가 성 전 회장의 것이 맞는지를 먼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모의 글씨는 성 전 회장의 평소 서체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장례절차가 끝나는 대로 유족과 경남기업 측에 메모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성 전 회장 인터뷰를 보도한 경향신문 측에도 보도 경위를 확인하는 한편 관련 기록을 요청할 방침이다.

메모와 육성파일이 증거능력이 있는지, 성 전 회장의 유족과 경남기업 측이 관련 자료를 보유했는지와 제출 의향이 있는지, 메모 내용으로 혐의를 구성한다면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지 등이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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