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9일 북한산 형제봉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9일 북한산 형제봉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받던 성완종, 유서 남기고 자살…"나는 결백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사진)이 9일 오후 서울 북한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새벽에 유서를 남기고 청담동 자택을 나선 지 10시간 만이다. 성 전 회장은 자원외교 관련 비리 의혹으로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었다.

경찰이 성 전 회장의 실종 신고를 받은 것은 아침 8시6분께였다. 자택에 성 전 회장이 없는 것을 확인한 운전기사가 경찰에 신고했다. 집 근처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성 전 회장이 오전 5시11분께 검은색 패딩과 바지 차림으로 자택에서 나가는 것이 확인됐다.

곧 추적에 나선 경찰은 휴대폰 위치를 추적해 성 전 회장이 종로구 평창동 일대에서 북한산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의경 100여명으로 시작된 수색대 규모는 곧 경찰 1500여명에 헬기 2대, 경찰견 다섯 마리로 불어났으며 인근 군부대까지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오후 3시32분께 경찰견이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에서 성 전 회장을 발견했을 때는 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한 뒤였다.

검찰 수사받던 성완종, 유서 남기고 자살…"나는 결백하다"
이에 따라 성 전 회장에 대한 수사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며 25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800억원대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 등으로 성 전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하며 정·관계에 특혜를 요구하거나 로비를 한 혐의가 있는지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신병을 확보하기로 하는 등 검찰 수사는 정점을 향해 치닫던 상황이었다. 이를 발판으로 광물자원공사를 중심으로 한 각종 자원외교 관련 비리로 수사 폭을 넓히려던 검찰의 예봉은 성 전 회장의 자살로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히게 됐다.

법조계와 경찰 관계자들은 성 전 회장이 이번 수사로 정치적 재기나 기업 활동이 어려워질 것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하루 전날인 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나는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MB(이명박 전 대통령)맨이 아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사석에서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유서에는 “나는 결백하다”는 주장과 함께 “장례는 간단하게 하고 어머니 묘소 근처에 묻어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은 10일 오전 충남 서산의료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지난 3일 성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들인 검찰의 수사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최근 몇 년간 피의자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검찰은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법 절차에 따라 수사했다”고 말했다.

마지혜/배석준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