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법무부 자문사법개정委는 '요식행委원회'?
“그것참 요식행위원회 아닙니까?”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중견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요식행위원회는 ‘요식행위’와 ‘위원회’를 합한 말로 가운데 ‘위’ 자가 절묘하게 겹친다. 이 변호사가 가리킨 요식행위원회는 법무부 산하 외국법자문사법개정위원회다. 그는 “법무부가 내부적으로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 위원회를 동원한 것밖에 더 되느냐”며 “이럴 거면 수당을 지급해가며 민간 전문가들을 불러 왜 회의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법률시장 3차 개방을 준비하기 위해 최근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대학교수와 법무부 담당자 등 전문가 10명이 참여한 개정위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13차례 회의를 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런데 논의 결과물을 보면 2012년 법무부가 학계에 연구용역을 맡겨 제출받았던 보고서와 상당 부분 흡사하다. 예를 들어 2012년 보고서는 ‘외국·한국 합작법무법인에서 외국 로펌의 파트너(주주 격) 수와 지분을 제한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으며 개정위는 이 범위 내에서 문안을 구체화한 수준이었다. 지난달 개정위가 공청회에서 내놓은 발표문은 심지어 2012년 보고서와 문장 전체가 같은 부분도 다수 눈에 띈다.

다른 변호사는 “10명이 모여 치열하게 토론했으면 내용이 이렇게 똑같을 수 있겠느냐”며 “정부 산하 위원회는 정부 방안에 공감하는 사람이 위원장을 맡아 그대로 결론을 내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2년 보고서를 쓴 교수는 개정위에서 위원장을 맡았다. 반면 주요 이해관계자인 외국 로펌 한국사무소는 위원 참석을 요청했으나 배제됐다.

한국은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라면 바람직하겠지만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위원회가 많아 문제다. 어디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 갑갑할 따름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