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前 진로 회장 베이징서 심장마비로 별세…카스·참이슬 탄생시킨 '비운의 2세 기업인'
중국에서 도피 생활을 해온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이 베이징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63세.

지난 4일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3일 베이징에 있는 자택에서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회복하지 못했다. 장 전 회장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대사관 측은 “장 전 회장이 5일 베이징 외곽 다바오산 화장장에서 화장됐으며 유족들이 6일 또는 7일께 한국에서 장례식을 한 번 더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 전 회장은 1924년 진로의 전신인 진천양조상회를 창업한 장학엽 회장의 차남이다. 1985년 장 창업회장이 사망한 뒤 경영권 분쟁을 거쳐 1988년 36세에 진로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후 그는 진로종합유통 진로쿠어스맥주 청주진로백화점 진로건설 등 다양한 계열사를 설립하며 빠른 속도로 사세를 키웠다. 회장에 취임한 1988년 9개이던 그룹 계열사를 1996년 24개로 늘렸다. 총매출도 같은 기간 4000억원에서 3조원대로 불리며 재계 20위권 그룹을 일궜다.

당시 진로쿠어스맥주에서 출시한 카스가 현재 맥주 시장 1위이고,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은 소주 시장 선두주자다. 국내 대표 소주와 맥주 브랜드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진로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 속에 부도를 냈다. 2003년 법정관리와 계열사 분할매각으로 공중분해됐다. 자회사 진로쿠어스맥주는 1999년 오비맥주에 매각되고, 위스키 사업은 2000년 진로발렌타인스에 양도됐다. 2005년에는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장 전 회장은 2004년 10월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부실기업인 진로건설 등 4개 계열사에 이사회 승인 없이 6300억원을 부당지원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회사에서 5500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적용받았다. 추후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검찰의 수배도 내려졌다.

장 전 회장은 집행유예 중이던 2005년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2002년 취득한 캄보디아 국적을 활용해 현지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였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으로 거처를 옮겨 베이징에 거주해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