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달군 '이케아 시급 1만원'…"계약직-정규직 임금 차이 없네"
지난주 ‘이케아 시급 1만원’이란 검색어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달 31일 알바몬 등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시간당 1만원의 단기 계약직을 구한다는 내용의 이케아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이 검색어는 각종 사이트에서 인기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이케아의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5580원)의 1.79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채용공고가 나오자마자 지원자가 몰려 모집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하지만 논란도 있었다. 비정규직 고임금에 환호하는 네티즌도 있었지만 정규직 임금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시급 1만원 공고 내자 지원자 몰려

이케아는 지난해 12월 국내에 진출하며 최저 시급 9200원에 채용 공고를 냈다. 이를 지난달 중순부터 1만원으로 높였다. 물류팀 단기 계약직을 채용하면서 처음으로 1만원을 제시한 것. 이어 31일엔 레스토랑팀의 단기 계약직도 시급 1만원을 내걸었다. 주휴수당이 포함된 것으로 고용보험 등을 공제하기 전 금액이다. 오후 10시에서 오전 6시 사이엔 야간수당(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 가산 지급)이 따로 지급된다.

지난해 말 9200원으로 공고를 냈을 때는 반응이 미지근했다. 오히려 해외 이케아 매장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1만원으로 뛰자 “천원 단위가 아니라 만원 단위의 시급이 나온 것은 놀라운 일”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마디숫자 효과’라고 설명했다. 100이나 1000과 같은 ‘0’으로 끝나는 마디숫자(round number)에 도달하면 99에서 100이 되면 작은 차이라도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케아 시급은 1만원 벽을 깼다는 이유로 구직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다른 외국 기업들과의 임금 차이도 이런 반응에 영향을 미쳤다. 홈플러스는 국내 최저 임금과 비슷한 시간당 5700~6000원대이고 코스트코는 8800~9000원 수준이다.

◆정규직과 계약직 동일 임금

단기 계약직 직원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이케아의 독특한 임금 체계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이케아는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전일제(풀타임) 정규직, 15~39시간 일하는 시간제 정규직, 필요할 때마다 짧은 기간 채용하는 단기 계약직 직원 모두에게 같은 수준의 임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은 월급으로 받지만 최저 시급 9200원으로 단기 계약직과 비슷한 임금을 받는다. 시간제 직원도 마찬가지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리테일매니저는 “월급제나 시급제나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1년을 일할 경우 모두 최소 시급 92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1840만원을 받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단기 계약직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은 정규직이 낮은 임금을 받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케아 측은 이에 대해 “모든 직원이 같은 처우를 받으며 다양한 혜택을 누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 해소의 실마리를 이케아가 제시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을 지낸 박종구 초당대 총장은 “정규직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비정규직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이케아가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정규직이 임금과 각종 복지제도를 통해 비정규직 몫까지 가져가면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