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수요예측·늦어진 증차계획…9호선은 예고된 '지옥철'
서울 강남을 가로지르는 ‘황금 라인’ 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구간(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이 지난 28일 정식 개통했다. 김포공항에서 잠실 종합운동장까지 38분 만에 갈 수 있게 돼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지금도 출근시간대 혼잡도가 최대 240%에 달해 ‘지옥철’로 불리는 상황에서 2단계 개통으로 출퇴근시간대 혼잡이 더욱 심해져 승객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37% 오차 생긴 엉터리 수요예측

지난해 말 기준으로 9호선 하루 이용자는 38만4423명에 달한다. 2009년 7월 9호선 1단계(개화역~신논현역) 개통 첫해 21만4000명에 비해 79.6% 늘었다. 반면 정부와 서울시는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2005년 9호선 수요 타당성 조사에서 하루 이용자를 24만588명으로 추산했다. 실제 이용자와 예측치에 37.4%의 오차가 난다.

정부와 서울시가 2000년 9호선 건설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실시한 예측(37만3867명)에 비해서도 줄었다. 2000년대 중반은 실제 통행료 수입이 예측치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차액을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탓에 세금 낭비 논란이 제기됐을 때였다.

결국 정부와 서울시는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보수적으로 수요 예측을 다시 짰고, 이 예측치는 전동차 객차 숫자를 결정짓는 요인이 됐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1~8호선은 지하철 1편에 객차 8~10대를 연결하는 데 비해 9호선은 4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9호선의 편당 탑승인원은 650명으로, 1~8호선(1280~160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엉터리 수요예측·늦어진 증차계획…9호선은 예고된 '지옥철'
○당초 계획보다 낮은 요금 책정

서울시는 2005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회사가 주축이 된 서울메트로9호선(주)과 실시협약을 맺었다. 시와 맥쿼리인프라가 책정한 개통 당시 요금은 1300원 안팎. 하지만 서울시는 2009년 7월 개통을 앞두고 9호선도 다른 노선과 마찬가지로 동일 요금(900원)으로 책정할 것을 요구했다. 전직 시 고위 관계자는 “2010년 지방선거를 1년가량 앞둔 시점에서 9호선 요금을 높게 책정하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털어놨다.

양측 간 갈등 끝에 결국 서울시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9호선 개통 요금은 900원으로 결정됐다. 2011년 10월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신분당선의 최초 요금이 1600원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9호선 요금이 다른 노선과 동일하게 책정되면서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던 승객 수요가 모두 9호선으로 몰렸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요금이 당초 계획보다 낮아지면서 민자 사업자가 초기 투자비를 줄이기 위해 전동차 객차 증차를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9호선의 출근시간대 최대 혼잡도(탑승인원 기준 대비 실제 승객)는 염창역~당산역 구간이 237%로 가장 높다. 대표적 혼잡 구간인 2호선 사당~방배 구간(201%)을 훨씬 웃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8일 열린 개통식에서 “시민에게 큰 불편과 고통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열차 증차 예산 확보 못한 서울시

서울시는 이미 2012년부터 2단계 개통에 따라 9호선의 혼잡도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민자사업으로 건설된 1단계와 달리 2단계는 서울시의 재정사업으로 추진됐다. 시는 2013년 초 기획재정부에 열차 차량 구입비 511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지자체가 추진하는 도시철도 건설사업의 경우 초기 차량 구입비의 40%는 국비로 부담한다. 이에 따라 시는 2단계에 투입되는 68대 전동차 전체 비용 1279억원 중 40%인 511억원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운영 중 증차분은 초기 차량 구입비로 볼 수 없다”며 예산 배정을 거부했다. 시도 국비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예산 배정을 하지 않았다.

시는 29일 지하철 혼잡을 막기 위해 가양역과 여의도 등지를 잇는 무료 전용버스를 100대 증차하겠다는 계획을 뒤늦게 내놨지만 출퇴근시간대 9호선 혼잡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