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속 8세 아동 구조…"관리인이 전기패널 온도 올려줬다"

22일 인천시 강화도 캠핑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목숨을 잃을 뻔한 아이를 구조한 박홍(42) 씨는 "불이 난 텐트에 들어가 입구 쪽에 앉아서 울고 있던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아들·딸과 함께 이 캠핑장에 놀러갔던 박씨는 화재가 발생한 이모(37·사망)씨의 텐트와 불과 1m 떨어진 텐트에 머물다가 화재를 목격, 이씨의 둘째 아들(8)을 불길에서 구조했다.

박씨는 이날 오후 거주지에서 가까운 인천 계양경찰서에서 기자들과 만나 "밖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잠에서 깨 나가 보니 옆 텐트에서 불이 나고 있어 우리 애들을 급히 대피시키고 옆 텐트로 달려 갔다"고 말했다.

이어 "텐트 안쪽에 성인 한 명이 누워 있고 아이들은 소파 쪽에 있었던 것 같다"고 당시 텐트 내부 상황을 설명했다.

살신성인의 행위로 이 군을 구한 그는 "밖에서 봤을 때 불길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그래서 텐트를 열기 전에는 (일가족이) 살아계실 줄 알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나오자 마자 불길은 크게 번졌다"며 "관리인이 제일 먼저 가져 온 소화기가 작동이 안 됐고, 그래서 물로 불을 끄게 됐다"고 말했다.

또 "주변 주차장에 있던 분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쳤다"면서 "제가 본 소화기 3대 모두 작동되지 않았고, 그래서 물을 퍼다 나르며 불을 끄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관리인은 물이 나오는 곳과 호스를 연결해 불을 끄려고 했으나 호스 길이가 짧아 결국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와 화재로 숨진 옆 텐트 가족과) 서로 대화는 없었지만, 잠시 봤는데 (숨진 분이) 아이들한테 잘해주고 자상한 것 같았다"며 피해 가족의 화목한 분위기를 전했다.

박 씨는 관리인이 텐트 내 전기패널의 온도를 올려준 사실도 털어놨다.

박씨의 진술은 화재 원인을 전기패널 누전 등으로 보는 경찰의 추정에 설득력을 더해 주는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텐트 넓이만큼 전기패널이 깔려있었고, (패널이) 켜져 있는데도 추웠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그래서 관리인한테 전기히터를 부탁했는데 히터는 없다면서 대신 전기패널 온도를 올려 주었다"며 "내가 온도와 관련해 문의했던 내용은 다른 텐트에 계셨던 분들도 문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구조 도중 손가락 등에 화상을 입고 이날 오전 6시부터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실에서 3시간가량 치료받은 뒤 귀가했다.

이날 오전 2시 9분께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 동막해수욕장에 있는 펜션의 야외 캠핑장에서 불이 나 25분 만이 꺼졌다.

이 불로 이씨와 아들 2명, 이씨의 일행인 천모(36)씨와 아들 등 모두 5명이 숨지고 박씨 등 2명이 다쳤다.

(인천연합뉴스) 김명균 배상희 기자 eri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