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에서 2년간 일한 박모씨(23)는 지난해 10월 여태까지 ‘주휴수당’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상 1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하면 지급되는 유급휴일에 대한 수당을 말한다. 지급되지 않은 주휴수당은 560여만원에 달했다.

점주는 “지금까지 가만있다가 갑자기 뭔 소리냐”며 박씨의 지급 요청을 거부했다. 점주가 계속 버티자 박씨는 결국 점주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노동청에 고소했다.

아르바이트(알바)생이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박씨를 비롯한 많은 알바생이 주휴수당과 초과근무수당 등 근로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4월 알바생 1511명을 대상으로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6.7%만이 주휴수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휴수당이 뭔지 모른다는 응답도 38.6%나 됐다. 근로기준법상 의무사항인 서면 근로계약서 작성 비율도 52.3%에 그쳤다. 71.2%는 급여명세서를 받지 않아 일한 만큼 급여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기자가 최근 만난 정모씨(40).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전의 D피자 전문점에서 알바를 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8년간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와 영화관 등에서 관리직으로 일했다. 대형마트에서는 직접 수십 명의 알바생을 거느리기도 했다. 이런 직장을 그만두고 알바를 시작한 이유는 방송사 성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성우 공채시험을 준비하면서 생계수단으로 잠시 택한 게 오토바이 배달 알바였다. 그 전에 한번도 오토바이를 타본 적이 없었지만 높은 시급(8000원대)에 끌렸다고 한다. 그는 피자 가게에서 매주 금~일요일 사흘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12시간씩 근무했다.

알바의 서러움을 절감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우선 근로계약서 자체가 없었다. 급여명세서를 달라고 하면 점주 측으로부터 “알아서 잘 주는데 뭣하러 보려고 하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늦은 밤 마지막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면 이미 20분 전에 퇴근한 것으로 기록된 적도 많았다.

매장 매니저 황모씨가 인터넷 도박자금을 빌려간 뒤 바로 갚지 않자 곤란해진 알바 정모씨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돌려줄 것을 애원하고 있다.
매장 매니저 황모씨가 인터넷 도박자금을 빌려간 뒤 바로 갚지 않자 곤란해진 알바 정모씨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돌려줄 것을 애원하고 있다.
정씨를 비롯한 매장 알바생들은 점주 부부의 처남인 매장 매니저 황모씨(41)의 횡포에도 시달렸다. 그는 대부분 대학생인 알바생들에게 폭언을 하는가 하면 여성 알바생에겐 성희롱도 일삼았다. 불법 인터넷 도박에 빠진 황씨는 심지어 알바생들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줄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만약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근무 편성 등에서 불이익을 줬다. 하는 수 없이 돈을 빌려준 알바생들 사이에선 제때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동료 알바생들이 비인간적인 대우에 시달리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던 정씨는 점주를 당국에 고발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는 곳이 알바 시장입니다. 비슷한 피해 사례를 모아 알바의 실상을 반드시 국민에게 알릴 겁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