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해외창업 인턴십에 참여한 학생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에서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국민대 제공
국민대 해외창업 인턴십에 참여한 학생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에서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국민대 제공
국민대 창업동아리 ‘크리에이션 팟’에서 활동하는 박윤규 씨(국제학부3)와 김제혁 씨(경영대 KIS학부1)는 이번 학기에 미국을 3개월간 방문한다. 현지 창업을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창업 특성화 대학인 캘리포니아 로욜라메리마운트대(LMU)가 주최한 학생창업경진대회 ‘글로벌 챌린지 2014’에서 스마트폰 보안 관련 앱을 선보여 61개 팀 가운데 2위를 차지한 이들은 제품화에 대한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스마트폰 잠금 상태를 해제하기 위해 바탕화면에 뜬 영어단어를 맞히도록 하는 앱 ‘FindnLock’을 개발한 이들은 미국 엔젤펀드 투자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박씨는 “스타트업은 빠른 실행이 관건이기에 글로벌 진출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잡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등 해외에서 창업하려는 젊은이가 늘어나면서 국내 대학들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대학들은 외국 학교와 협력해 교육과정을 개설하거나 학생들의 해외 탐방을 지원하며 창업 의지를 북돋아 주고 있다. 해외에 창업보육센터를 세워 학생들의 현지 진출도 돕고 있다.

○해외 창업센터 잇단 설립

‘창업선도대학’을 선언한 국민대는 지난해 11월 LMU와 협약을 맺고 교육과정 운영 등에 대해 교류하고 있으며 LMU 보육센터에 한국 학생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엔젤투자클럽인 와일드호스랩(wildhorse lab)과 협약을 맺고 학생들의 미국 진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지원을 받아 해외 창업경진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일부 학생은 미국 스타트업에서 인턴십도 경험하고 있다. 2013년 6명에 이어 2014년 8명이 현지에서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다. 1명은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국민대는 올 상반기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큐베이션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턴십 협약을 맺은 20여개 현지 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데 힘입어 직접 창업센터를 만들고 한국 학생들의 현지 창업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두 번째 줄 왼쪽 여섯 번째)과 해외창업 탐방단 학생들이 지난 1월29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한양대 실리콘밸리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양대 제공
이영무 한양대 총장(두 번째 줄 왼쪽 여섯 번째)과 해외창업 탐방단 학생들이 지난 1월29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한양대 실리콘밸리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양대 제공
한양대는 국민대보다 먼저 지난 1월29일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기업가센터를 마련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한인 과학기술자 모임인 ‘K그룹’과 교류하면서 이들을 멘토단으로 확보한 한양대는 재학생과 동문이 이 기업가센터를 통해 미국에서 창업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한양대는 올 1월 학생창업자 등 18명으로 제1기 실리콘밸리 탐방단을 구성해 창업교육과 함께 에버노트 등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을 방문했다.

○거대시장 중국 노린다

대학이 학생들의 해외 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스타트업 단계부터 좁은 국내 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국내엔 창업 생태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반면 실리콘밸리 등에는 창업 경험이 풍부한 스타트업이 많아 네트워크 구축 등에 유리하다. 이우진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는 “앱 등 IT제품은 개발 단계부터 국내보다는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대 시장인 중국을 창업 지역으로 택하는 학생도 많다. 단국대는 1월12일부터 닷새간 중국 상하이 둥화(東華)대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 ‘DKU GLOBAL A-TECH 2014’에 40명의 학생을 참가시켰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에 착안해 ‘일회용 립밤’ 제품화를 추진 중인 고미래 씨(중어중문4)는 “글로벌 창업은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현지 체험을 통해 중국 마케팅에 대해 충분히 살펴볼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철태 단국대 창업지원단장은 “A-Tech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의 약자로 선진시장보다는 제3세계나 개발도상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뜻한다”며 “중국에서의 창업은 일종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도 상하이에서 6주간의 창업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이화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해외 창업을 돕고 있다. 학생들이 사업 아이템 개발을 위해 유럽 등 탐방할 기업을 선정하면 현지 방문 경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