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의 '파격 실험'…학과 없애고 단과대별로 신입생 뽑는다
중앙대가 올해 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입학하는 2016학년도 입시부터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변화하는 학문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전공을 통폐합하고 융복합 전공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중앙대는 또 2017년까지 예체능계열 정원을 185명 줄이기로 했다.

중앙대는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상당수 교수가 “구성원과의 합의 없는 일방적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OO과 학생’에서 ‘OO전공 학생’으로

이번 학사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학과를 없애고 전공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학과를 없앴다는 점에서 여전히 학과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대학들의 모집단위 광역화와는 차이가 있다. 개편안에 따라 내년부터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교양과 전공탐색과목을 들은 뒤 2학년 2학기 때 소속 단과대학 내 희망 전공을 선택한다.

예컨대 지금은 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 학생이지만 개편 이후엔 사회과학대학 심리학 전공 학생이 되는 셈이다. 중앙대는 2020년 이후엔 모집단위를 인문사회, 자연공학, 예체능 등 계열별로 다시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학교 측은 2학년 2학기 전공 선택 시 특정 정원에 지원자가 몰리더라도 현행 학과별 정원의 약 120%까지 성적순으로 선발할 계획이어서 선택을 받지 못한 학문 분야가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년간 학생들의 외면을 받는 전공은 융복합 전공 등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김병기 기획처장은 “희망 전공을 택하지 못하더라도 이중·복수전공 제도를 확대해 가급적 원하는 분야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과제 폐지와 융복합 전공 확대는 학과 중심의 경직된 대학 교육으로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한국 대학의 학과 체제로는 변화하는 사회에 부응할 수 없다”며 “학문 간 칸막이를 없애 대학을 교수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체능계열 줄이고 공학계열 늘린다

중앙대는 예체능계열에서 185명을 줄이는 정원 조정안도 내놓았다. 지난해 7월 교육부로부터 ‘수도권 대학 특성화 사업(CK-Ⅱ)’ 대상으로 선정돼 2015학년도 학부 모집정원 4623명의 4%인 185명을 2년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체능계 비중이 다른 대학에 비해 크게 높은 데 반해 공학계열 비중이 낮은 점도 정원 조정의 배경이 됐다. 중앙대의 공학계열 비중은 전체의 19%로 한양대(37%)와 성균관대(35%)보다 훨씬 낮다. 반면 예체능계열 비중은 21%로 한양대(11%)와 성균관대(6%)보다 높다. 중앙대의 한 교수는 “경쟁 대학보다 공대 규모가 너무 작아 산학 협력이나 기부금 유치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예체능계열 규모를 줄이는 대신 공학계열 등 사회적 수요가 큰 분야는 장기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그러나 학내에선 이 같은 개편안에 대해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인문학 등 비인기 전공이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학내 구성원들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날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가 전체 교수회의에 참석한 교수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420명 중 367명(87%)이 개편안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김누리 비대위원장(유럽문화학부 교수)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과제 폐지 통보는 학문의 자유를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