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인 북태평양 긴수염 고래가 지난 11일 오후 경남 남해군 미조면 앞바다 홍합 양식장 부이 줄에 걸려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밤새 몸부림을 치던 긴수염 고래는 12일 오전 현장을 확인한 결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974년 동해에서 잡히고 난 뒤 41년만에 나타난 이 고래는 다행히 양식장 줄을 끊고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독자제공>> (남해=연합뉴스)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인 북태평양 긴수염 고래가 지난 11일 오후 경남 남해군 미조면 앞바다 홍합 양식장 부이 줄에 걸려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밤새 몸부림을 치던 긴수염 고래는 12일 오전 현장을 확인한 결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974년 동해에서 잡히고 난 뒤 41년만에 나타난 이 고래는 다행히 양식장 줄을 끊고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독자제공>> (남해=연합뉴스)
남해 양식장 줄에 걸려 구조 진행중…74년 동해 이후 처음

"간밤에 집으로 갔나 봅니다.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요."

지난 11일 오전 경남 남해군 미조면 앞바다 홍합 양식장 부이 줄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섰던 북태평양 긴수염고래(Right whale)가 고향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와 통영해양경비안전서는 12일 오전 9시를 기해 구조작업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7시에 현장을 확인한 결과 긴수염고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주요 이동경로로 추정되는 동해가 아닌 남해에서, 그것도 양식장 줄에 걸린 채 모습을 드러냈다가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 것이다.

무게가 수십t으로 추정되는 거구를 밤새 누군가 다른 곳으로 옮겼을리는 없다는 게 관계기관의 판단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는 지난 11일 구조신고를 접수하고 씨 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와 함께 긴수염고래를 구조하려고 출동했다.

몸길이가 10m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던 긴수염고래는 양식장 부이 줄 4곳에 엉켜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였다.

합동 구조반은 가까스로 줄 3개는 끊었지만 긴수염고래가 워낙 격하게 움직이고 날이 저문 탓에 나머지 줄 1개는 끊지 못 했다.

첫날 오후 구조작업 종료 후 긴수염 고래가 부상과 탈진 등의 이유로 밤을 무사히 보내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안두해 고래연구소 소장은 "이 같은 대형 고래는 오호츠크해를 통해 내려와 동해를 지나 태평양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과거 고래를 너무 많이 잡아먹은 탓에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었고 국내를 찾지도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합동 구조반은 긴수염고래가 사고 지점 주변의 그물이나 양식장 줄 등에 걸렸는지 확인하려고 추가 수색을 벌였지만 발견되지 않았다.

고래연구소는 긴수염고래가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를 따라 오호츠크해로 돌아갔거나 일본 주변 해역을 지나 태평양으로 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긴수염 고래는 지구 상에 남아 있는 개체 수가 300마리 이하인 대표적 멸종위기종이다.

이번 국내 방문은 1974년 동해에서 잡히고 난 후 41년 만이다.

고래연구소는 지난 11일 채취한 긴수염고래 표피를 분석해 유전정보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또 이동경로와 현장의 수중 생태를 파악하려고 플랑크톤을 수집하는 등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고래연구소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문을 내놓을 예정이다.

(남해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pitbul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