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tv 토크파티 2부에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오른쪽)과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참석자의 질문에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정규재tv 토크파티 2부에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오른쪽)과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참석자의 질문에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기업은 투표권도 없고 비명소리도 내지 못하는데 법인세를 걷어 복지재원에 쓴다는 건 거위의 배를 갈라 알을 빼먹겠다는 식의 비열하고 부도덕한 일입니다.”(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법인세와 고소득자의 소득세를 올리면 기업과 고소득자들이 떠나버려 재정 수입이 절대 늘지 않을 겁니다.”(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5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 18층 다산홀에선 정규재tv 주최로 경제 현안과 역사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의 장이 열렸다. ‘겨울밤의 대화’로 이름 붙인 이번 토크파티엔 300여명의 애청자들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정규재 실장을 비롯해 각계 인사들은 청중이 제기한 여러 이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며 논의를 이어갔다.

◆“한국도 그리스처럼 복지로 망할 수 있어”

참석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보편적 복지와 법인세율 인상 논의와 관련해 재정위기를 겪는 그리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욱 교수는 “그리스는 축구경기 티켓 값에 경찰관 퇴직연금 충당비용이 들어갈 정도로 지대추구행위가 만연해 있다”며 “재정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증세를 하다간 한국도 그리스 같은 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복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로 대표되는 정치권이 입법권을 남발해 한국 경제를 어려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우리가 피 흘려 얻은 민주주의가 인민민주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 등으로 왜곡돼 안타깝다”며 “타락한 민주주의가 정착된 곳이 국회”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 실장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전과자가 1100만명에 달한다”며 “형벌로 다스려지는 국민의 행위 유형이 700여개 법률에 5000개나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원입법을 폐지해 국회의원이 자의적으로 법을 제정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며 “누구의 손해도 없이 서로의 이해관계가 조정되는 곳이 시장”이라며 “자유주의자들은 결코 투덜대지 않는 낙관주의자”라는 견해를 밝혔다.

◆“일제 강점기는 새 문명적 충격 맞은 시기”

이날 토크파티에서는 한국 역사에서 일제 강점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960년대 산업화 시기 전까지 한국 사회는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온 ‘소농사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자율적으로 결사체나 사회를 구성한 경험은 취약한 반면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한 성취욕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선동에 쉽게 휘둘리는 한국 국민성의 부정적인 측면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간 35년간의 일제 강점기가 아니라 과거부터 내려온 소농사회적 특질에서 연유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일제 강점기는 개인주의·자유·사유재산 등 새로운 문명적 충격을 맞이한 시기였다”며 비록 민족 차별을 겪긴 했지만 근대인으로 변모하려는 당시 한국인의 처절한 노력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남한이 북한보다 경제적 성공을 이룬 중요한 분기점으로 6·25전쟁 당시 교육받은 북한 식자층의 탈출 행렬을 들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유럽의 인재들이 미국으로 도망간 것처럼 북한의 교육받은 상층부 150만명이 자유사회를 택해 남한으로 넘어오면서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오형주/임기훈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