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검단지구 졸속 개발 불보듯"
대구시가 도심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북구 검단들을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행정에 대한 신뢰를 잃을 대로 잃었기 때문이다.

대구 북구의회 한 의원은 “구체적인 개발 계획도 없이 개발사업 추진 의사부터 밝힌 대구시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새로운 계획이 그야말로 ‘졸속 개발’이나 ‘전시행정’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북구 검단들(110만㎡)을 금호강 수변과 종합유통단지, 검단산업단지 등 주변권역과 연계한 복합단지로 개발하기로 하고 이달 단지 지정을 위한 개발계획 수립에 착수한다고 4일 발표했다.

검단산업단지 북쪽 경부고속도로와 금호강 사이에 자리한 검단들은 그동안 적합한 개발방안을 찾지 못해 2013년 2월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3년간 개발을 제한해 왔다. 시는 내년 초 단지 지정 및 보상을 완료하고, 2017년 착공해 2020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는 개발 계획만 발표한 채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신공항 결정에 따른 대구공항 이전 등 대구의 미래를 좌우할 그랜드 플랜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 된 사업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8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예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는 공영개발 방식으로 대구도시공사가 맡아 공사채 4000억원을 발행하고 국비 685억원을 지원받아 보상비와 개발비용 등을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단들은 2001년 건축물과 공장 등을 짓는 것을 금지하는 연접개발제한 제도가 폐지되면서 우후죽순 건축물이 난립하고 있다. 현재 검단들 내 농지에는 실내골프연습장, CNG 버스충전소, 자동차 재활용 정비공장 등이 무질서하게 들어선 데다 개발을 노리고 땅을 매입한 외지인이 몰리면서 땅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대구검단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2008년 산출한 검단들 개발 사업비가 6500여억원이었다”며 “지금은 새로운 건축물이 많이 들어섰고 땅값도 올라 향후 개발에 필요한 예산은 훨씬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구시는 1974년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으나 무산됐고 1995년 세운 종합 물류단지 계획도 민간투자 유치 실패로 흐지부지됐다. 이후 대규모 테마파크 조성, 로봇산업클러스터 부지로 거론된 바 있지만 구체화되지 못했다.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복합단지는 엑스코(유통단지)~이시아 폴리스~팔공산과 연계한 관광·MICE산업 활성화의 중추거점은 물론 금호강과 연계해 수변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고 주변에 ‘치유의 숲’을 조성하는 등 가칭 ‘금호 워터폴리스’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석범 검단동 영농회장은 “검단들 일대 주민이 바라는 것은 대구시의 막연한 개발계획이 아닌 확실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