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서 첫 金 딴 캄보디아에 태권도 열풍…"시브메이 누나처럼, 태권도로 금메달 딸래요"
아이들 흙바닥서 맨발로 맹훈련
시엠레아프 등 '더 많은 지원' 요청
태권도 열기는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TPC)의 봉사단원들이 활동을 펼치는 수도 프놈펜시 중심의 ‘태권도국가대표훈련센터’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지난달 27일 김기웅 총재를 비롯해 TPC 이사진이 대학생 봉사단원 격려차 훈련센터를 찾았을 때 유치원생 중학생 직장인 등 100여명의 현지 수련생들은 “하나, 둘, 셋…” 하는 봉사단원의 구령에 맞춰 찌르기, 발차기, 돌려차기를 따라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훈련센터 한쪽에선 시브메이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봉사단원들과의 겨루기 연습에 한창이었다. TPC 총재단의 격려 방문에 맞춰 TV3 등 현지 방송사가 총출동해 치열한 취재 경쟁을 벌였다. 올해 캄보디아 최고 명문인 프놈펜왕립대에 특례 입학한 시브메이 선수는 “태권도 종주국 한국에서 태권도로 캄보디아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딴 것은 TPC 봉사단원을 비롯한 한국 태권도계의 지원 덕분”이라며 “나 같은 금메달리스트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프놈펜에서 비행기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이 나라 최고의 관광지인 시엠레아프도 태권도 열풍의 영향권안에 있다. 시엠레아프 최대 규모 사립학교인 퓨처브라이트인터내셔널스쿨(FBIS)에서 1주일간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최진욱 씨(26·용인대 대학원)는 “보면 알겠지만 하얀 띠를 맨 학생이 눈에 많이 띄는데 그만큼 태권도를 처음 배우려는 학생이 많아졌다는 뜻”이라며 “흙바닥에서 맨발로 뛰는 어린 친구들의 열정을 보면 미안해 태권도화를 벗고 같이 맨발로 뛴다”고 말했다.
이 학교 10학년생인 콤 바나(17)는 “태권도를 열심히 배워 시브메이 누나처럼 꼭 금메달을 따겠다”며 “태권도 봉사단원 형들이 좀 더 오랫동안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권도를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한 FBIS의 킴생 교장은 “커리큘럼을 짤 때 태권도 교사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며 “TPC가 단기는 물론 6개월 이상 장기 봉사단원을 많이 보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TPC 관계자는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선 오래 전 태권도 열기가 식어 많이 안타까웠는데 이곳에서나마 그 열기를 느낄 수 있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TPC의 역량을 키워 더 많은 국가에 더 많은 봉사단원을 보내 태권도의 세계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은 이번 동계 기간 중 캄보디아를 비롯한 18개국에 83명의 태권도 봉사단원을 보냈다. 2009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1500명의 봉사단원이 320개국(누적 기준)에서 활동했다.
프놈펜·시엠레아프=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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