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C 봉사단원인 최대현 씨(경희대 태권도학과 3학년)가 지난달 27일 프놈펜시에 있는 캄보디아태권도국가대표훈련센터에서 킥미트를 들고 현지 수련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 훈련센터는 부영그룹이 2012년 5억원을 들여 건립해 기증했다. 김수찬 기자
TPC 봉사단원인 최대현 씨(경희대 태권도학과 3학년)가 지난달 27일 프놈펜시에 있는 캄보디아태권도국가대표훈련센터에서 킥미트를 들고 현지 수련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 훈련센터는 부영그룹이 2012년 5억원을 들여 건립해 기증했다. 김수찬 기자
앙코르와트와 ‘킬링필드’의 나라, 캄보디아에는 요즘 열대 몬순보다 더 뜨거운 바람이 분다. 태권도 열풍이다. 이 열풍은 2014년 10월3일 이후 더욱 거세졌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인 사범 최용석 감독(48)이 이끄는 캄보디아 태권도 국가대표팀의 손 시브메이 선수(20)가 이 나라 역사상 첫 금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대표팀 귀국 당시 밤 12시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대표팀을 공관에 초청,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열었다. 시브메이 선수와 최 감독에겐 국가최고훈장과 함께 각각 특별포상금 2만달러를 지급했다. 캄보디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0달러 수준. 국가적 영웅인 시브메이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의 초미 관심사다. 스포츠음료, 자동차, 통신사 등 TV 광고만 10개 가까이 찍었다.

캄보디아 역사상 첫 금메달을 태권도 종목에서 따낸 손 시브메이 선수(오른쪽)와 역시 캄보디아 국가대표인 언니 손 다빈 선수가 지난달 27일 ‘캄보디아 태권도국가대표훈련센터’에서 겨루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캄보디아 역사상 첫 금메달을 태권도 종목에서 따낸 손 시브메이 선수(오른쪽)와 역시 캄보디아 국가대표인 언니 손 다빈 선수가 지난달 27일 ‘캄보디아 태권도국가대표훈련센터’에서 겨루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태권도 열기는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TPC)의 봉사단원들이 활동을 펼치는 수도 프놈펜시 중심의 ‘태권도국가대표훈련센터’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지난달 27일 김기웅 총재를 비롯해 TPC 이사진이 대학생 봉사단원 격려차 훈련센터를 찾았을 때 유치원생 중학생 직장인 등 100여명의 현지 수련생들은 “하나, 둘, 셋…” 하는 봉사단원의 구령에 맞춰 찌르기, 발차기, 돌려차기를 따라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훈련센터 한쪽에선 시브메이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봉사단원들과의 겨루기 연습에 한창이었다. TPC 총재단의 격려 방문에 맞춰 TV3 등 현지 방송사가 총출동해 치열한 취재 경쟁을 벌였다. 올해 캄보디아 최고 명문인 프놈펜왕립대에 특례 입학한 시브메이 선수는 “태권도 종주국 한국에서 태권도로 캄보디아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딴 것은 TPC 봉사단원을 비롯한 한국 태권도계의 지원 덕분”이라며 “나 같은 금메달리스트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프놈펜에서 비행기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이 나라 최고의 관광지인 시엠레아프도 태권도 열풍의 영향권안에 있다. 시엠레아프 최대 규모 사립학교인 퓨처브라이트인터내셔널스쿨(FBIS)에서 1주일간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최진욱 씨(26·용인대 대학원)는 “보면 알겠지만 하얀 띠를 맨 학생이 눈에 많이 띄는데 그만큼 태권도를 처음 배우려는 학생이 많아졌다는 뜻”이라며 “흙바닥에서 맨발로 뛰는 어린 친구들의 열정을 보면 미안해 태권도화를 벗고 같이 맨발로 뛴다”고 말했다.

이 학교 10학년생인 콤 바나(17)는 “태권도를 열심히 배워 시브메이 누나처럼 꼭 금메달을 따겠다”며 “태권도 봉사단원 형들이 좀 더 오랫동안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권도를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한 FBIS의 킴생 교장은 “커리큘럼을 짤 때 태권도 교사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며 “TPC가 단기는 물론 6개월 이상 장기 봉사단원을 많이 보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TPC 관계자는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선 오래 전 태권도 열기가 식어 많이 안타까웠는데 이곳에서나마 그 열기를 느낄 수 있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TPC의 역량을 키워 더 많은 국가에 더 많은 봉사단원을 보내 태권도의 세계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은 이번 동계 기간 중 캄보디아를 비롯한 18개국에 83명의 태권도 봉사단원을 보냈다. 2009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1500명의 봉사단원이 320개국(누적 기준)에서 활동했다.

프놈펜·시엠레아프=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