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AMP)은 경영학 수업 외에 인문학 특강, 현장학습, 부부동반 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고 가정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은 부부동반 특강 모습. 서울대 제공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AMP)은 경영학 수업 외에 인문학 특강, 현장학습, 부부동반 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고 가정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은 부부동반 특강 모습. 서울대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 시절인 1982년 등록했는데 수료는 못했습니다. 잦은 해외 출장으로 출석 기준 점수를 밑돌았기 때문이죠. 기업 경영에 꼭 필요한 출장이었으니 정상을 참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엔 원칙 고수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 경영대 관계자는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AMP)이 최고로 평가받는 이유를 묻자 이 전 대통령 일화로 대신했다.

서울대 AMP는 ‘2015 한경 대학 최고위과정 평가’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금융업, 정부·공공기관에서 1위를 달려 종합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경영대학 명성에 부합하는 철저한 학사 관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서울대 측 설명이다.

아무나 못 들어 온다

서울대 AMP 가려고 재수·삼수…政·財·官界 5000명 '동문 파워'
서울대 AMP는 1976년 국내 최초의 최고경영자과정으로 출범했다. 197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울대를 방문했을 때 서울대 경영대는 “국내에도 기업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의 재교육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설립됐다.

서울대 AMP는 선발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기업 분야에서는 금융, 통신, 건설, 제조, 서비스 등 업종별 비율에 따라 선발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국회의원이나 2성 장군(소장) 이상이라야 지원 자격을 준다. 중소기업인은 연 매출 100억원에 직원 50명 이상인 곳이어야 입학할 수 있다. 서울대 경영대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상당수 대학은 모집 정원을 채우기 힘들지만 서울대 AMP는 3 대 1가량의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수강생 가운데엔 재수생 삼수생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재계 정계 관계의 막강 네트워크

서울대 AMP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재계 정계 관계의 최고위층을 아우르는 ‘막강 네트워크’ 때문이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 안상수 창원시장, 손병두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 및 호암재단 이사장, 이진수 전 국립암센터 원장 등이 동문이다. 재계에는 손경식 CJ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김광석 참존그룹 회장,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있다. 금융계 인사 중에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남익현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서울대 AMP 출신은 5000명에 가까운 동문 네트워크가 가장 큰 강점”이라며 “서울대 경영대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예외 없는 학사관리

서울대 AMP는 설립 목적인 ‘기업인의 재교육’을 지켜왔다. 경영학 과목이 전체 커리큘럼의 80%가 넘는다. 출석 관리도 엄격하다. 학비를 모두 냈더라도 출석 일수가 4분의 3에 미달하면 수료할 수 없다. 벌점(결석 1점, 지각 0.3점, 조퇴 0.5점) 합계가 8.3점을 넘어도 수료가 안 된다.

서울대 AMP 관계자는 “사업차 서울 방문이 잦은 호주 거주 한국 출신 기업인이 등록했는데 출석 기준을 똑같이 적용했고 결국 수료에 성공했다”며 “수강생은 누구든 예외가 없다”고 강조했다. 수강생들에게 ‘성실’을 강요하는 만큼 학교 측이 제공하는 강의의 질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울대 AMP 교수진은 100% 경영대학 교수로 구성돼 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