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사팀장들은 “자기소개서 지원동기는 구체적으로 쓰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청년 취업 박람회’ 모습. 한경DB
대기업 인사팀장들은 “자기소개서 지원동기는 구체적으로 쓰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청년 취업 박람회’ 모습. 한경DB
“직무를 선택한 이유와 그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지금까지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그 경험들이 앞으로 회사와 본인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작성하시오.”(삼성)

“본인이 이룬 가장 큰 성취경험과 실패경험.”(LG전자)

“본인의 성장과정을 쓰시오.”(포스코)

“입사 후 10년 동안의 회사생활 시나리오와 그것을 추구하는 이유.”(롯데)

주요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하는 자기소개서 질문이다. 기업마다 묻는 방식과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지원동기 △직무역량 △성장과정 △성공·실패 △입사포부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지원동기는 지원 회사에 대한 관심도, 성장과정은 신입사원의 적응력, 성공 경험은 문제 해결력, 입사포부는 회사의 미래 비전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3월 상반기 대기업 공채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취업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자소서 항목이 매년 조금씩 바뀌지만 기본 골격을 토대로 자신이 지원하는 직무의 자소서를 미리 써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한국경제신문은 취업 준비생들의 자기소개서 작성을 돕기 위해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자소서 질문 의도’를 물었다. 일명 ‘기업 인사팀장들이 말하는 우리회사 자소서 작성 팁’을 정리했다.

롯데百 “영업관리자 자질 증명하라”

롯데그룹은 자소서에서 △지원동기 △성장과정 △사회활동 △직무경험 △입사후 포부를 묻고 있다. 롯데백화점 인사팀 관계자는 어떤 계기와 어떤 꿈을 통해 지원하게 됐는지 등을 지원동기에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성 인사팀장은 “인터넷에 나오는 화려한 수식어나 뜬구름 잡는 뻔한 지원동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과정 질문은 자라면서 배웠던 것,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묻는 것이다. 어학연수, 동아리 회장, 공모전 수상 등을 죽 나열하는 건 감점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롯데백화점 신입사원은 채용 후 1~2년간 매장 영업관리자를 하면서 현장 감각을 익힌다. 이 팀장은 “수많은 경험 가운데 기획, 서비스, 마케팅 등 영업관리 직무와 관련된 것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사 후 10년간의 포부를 묻는 질문은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이 지원자가 추구하는 것과 일치하는지가 핵심이다.
[JOB] 스펙 단순 나열은 '감점'…입사 후 포부엔 회사 비전 담아라
CJ푸드빌 “경영자 잠재 역량 보여라”

CJ푸드빌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직무 이해도와 적합도 △지원동기 △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물었다. 지은구 CJ푸드빌 채용부장은 “첫 번째 질문은 지원직무가 고객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나아가 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를 물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CJ푸드빌의 대표 직무인 스토어매니저가 레스토랑에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어떻게 매장을 꾸미고 어떤 음식을 제공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높은 점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지원자인지를 따져보기 위한 질문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 지원동기 질문은 왜 이 직무를 하고 싶은지, 직무에 대한 연구·간접 경험·시장과 업종 연구 등을 제대로 했는지를 묻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지 부장은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을 바탕으로 직무수행 과정에서 어떻게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등을 충분한 고민한 뒤 작성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질문인 20년 후 비전에 대해 그는 “채용은 미래 CJ푸드빌의 경영자를 뽑기 위한 것”이라며 “스스로 동기부여를 통해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성장하는 지원자라는 점을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랜드 “장애물 이겨낼 의지 중요하다”

이랜드의 자소서 항목은 9가지다. △삶의 비전 △자신만의 기질 △추천하고 싶은 책 △지원동기 △즐겨찾는 인터넷 사이트 등이다. 후배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3권의 질문과 관련해 안은정 이랜드 인사팀장은 “지원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좋아하는 분야와 관심사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최근 이슈가 되는 베스트셀러를 골라 적는 것은 감점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안 팀장은 잘못 쓴 자소서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패션 분야 지원자가 옷과 패션 사업에 대한 이해 없이 그냥 저는 책임감 있고 성실한 지원자라는 것만 써 놓았더라고요. 단지 가슴 뛰는 열정으로 뽑아만 달라는 지원자가 있는데, 채용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회사는 학교 동아리와 다른 비즈니스입니다. 정말 이 일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고자 합니다.”

경남은행 “솔선수범형 인재 찾는다”

경남은행의 자소서 항목 중 특이한 질문은 △자신만의 키워드 △솔선수범형 인재상의 경험 △회사의 나아갈 방향 등이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국내 은행산업이 처한 환경을 사자성어로 쓰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김종석 경남은행 인사부장은 “언론 기사를 통해 건설적인 시각에서 은행이 나아갈 방향과 그 일원이 돼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기사 원본을 통째로 발췌하는 식의 짜깁기 자소서는 감점을 받았다고 했다.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 한 권에 대한 질문에서도 그는 “책을 읽지 않고 인터넷 후기를 보고 베낀 지원자가 면접 때 낭패를 본 경우도 많았다”며 “인사담당자에게 인생을 반추할 좋은 책 한 권을 추천한다는 마음으로 작성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HR임원 ‘취준생을 위한 조언’

“자기소개서에 뭔가 엄청난 것을 쓰려고 욕심부리지 마라. 직접 발로 뛰어 준비한 것이 결국 면접 때 드러난다.” (김서인 샘표식품 이사)

“요즘 대학생과 얘기를 하다 보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점점 도전의식과 패기를 잃어가고 있다. 젊은이로서 부딪혀 이겨보겠다는 마음으로 크고 넓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백기훈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

“지원한 회사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지원 회사가 어떤 곳이고, 지원 산업의 트렌드는 어떤지, 지원 회사와 직무에 맞춰 평소 어떤 준비를 했는지를 면접 때 집중적으로 묻는다.” (이대우 한화건설 상무)

“가고 싶은 회사에 근무하는 선배를 만나보라. 조직은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내는 공동체다.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전영민 롯데인재원 인재경영연구소장)

“잘할 수 있는 것과 스스로의 강점을 먼저 생각하고 좀 더 집중해서 그 분야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 바닥 경험을 하더라도 평생 도전할 만한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 (전준수 이랜드 상무)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