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 6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 6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정부가 현행 보육체계 대수술에 나선 것은 일률적인 보육료 지원이 낳은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보육교사의 아동 폭행 사건도 무차별적 무상보육 정책이 과도한 시설보육 수요를 불러 질 낮은 어린이집이 난립하면서 초래됐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2일 “0~2세 아동은 부모가 직접 키우는 게 훨씬 더 낫다는 게 보편적인 견해”라며 “보육체계 개편 방향은 맞벌이 가구 등 보육 서비스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업주부 가정의 불필요한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고 남은 보육 재정을 맞벌이 가구 등 실제 정책 수요자에게 돌려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정부부처 업무보고] 일률적 무상보육체계 '대수술'…맞벌이 가구 등에 지원 확대
현행 시스템 아래에서 부모들은 시설 이용 시간에 관계없이 같은 액수의 보육료를 지원받는다. 4시간을 맡기든, 12시간을 맡기든 같다. 대다수 어린이집은 이용 시간이 적은 전업주부 자녀(평균 이용시간 6시간51분)를 선호하고 시설보육이 절실한 취업모 자녀(8시간23분)를 외면한다.

보육 수요가 늘면서 어린이집은 급증하고 정부 관리 부실로 어린이집 폭행 사건 등 문제가 생긴다.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때 받을 수 있는 양육수당과의 금액 격차도 커지면서 가정양육이 중요한 시기인 0~2세 아동도 어린이집으로 몰린다.

정부가 보육체계 개편을 통해 맞벌이 등 엄마 취업 유무에 따라 보육 서비스 무상 지원 시간을 차등화하려고 하는 이유다.

복지부는 부분적 선별보육 시범사업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맞벌이,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 실제로 시설보육이 필요한 수요를 조사, 기준을 만들어 추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미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시범사업을 위해 20억원의 추가 예산을 확보했다. 3월까지 지원 대상과 기준 등 시범사업 모델을 확정한 뒤 연내 보육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개편된 보육체계는 내년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지원받을 취업모 중 시간제 근로자와 단기 일자리, 재택근무 등을 골라내기 어려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업주부 중에서도 임신이나 질병 등으로 가정양육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더 낮은 외벌이 가구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업 유무 말고도 근로 형태 등 세부적인 수요를 파악하려고 기본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3월께 자세한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또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현재 온라인으로 취득할 수 있는 3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보육교사 국가고시 등 시험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부담임제를 도입해 보육교사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부모가 어린이집 활동을 상시 참관할 권리를 보장하고 현재 공급자 중심으로 돼 있는 평가인증 제도도 학부모 만족도 평가 등을 도입해 수요자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