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과 노사·노정관계 개선, 통상임금 등과 관련해 입법 합의점을 도출하고자 노력했지만 최종 결론을 못내 안타깝다.”

지난해 4월23일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던 신계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노사정소위 마지막 회의를 주재한 뒤 했던 말이다. 2013년 말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에도 산업 현장에서 갈등이 계속되는데도, 한국노총이 철수한 노사정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자 국회에서 해결해 보겠노라며 노사정소위를 꾸린 지 두 달 만에 나온 ‘포기 선언’이었다.

당시 노·사·정은 통상임금과 관련해 법에 직접 통상임금의 정의를 명시하고, 대법 판결에 따라 정기성·일률성·고정성과 소정 근로에 대한 대가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정부 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8개월, 12월23일 노·사·정 대표가 ‘노동시장 구조 개선’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있기까지는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논의는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노사정소위 활동 종료 이후 공공부문 개혁을 놓고 노동계와 기획재정부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통상임금 등 노동 현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화의 물꼬가 트인 것은 7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서였다. 8월 노사정위가 재가동되고 노·사·정은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으나, 대화의 제1주제는 통상임금이 아닌 비정규직 대책이었다. 지난해 말 비정규직을 소재로 한 드라마 ‘미생’이 유행하면서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달 23일 노·사·정이 노동시장 개선을 위한 대타협의 기틀을 마련했고, 임금·근로시간·정년 등 3대 현안을 최우선 논의 과제로 선정해 오는 3월까지 답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자 노동계와 경제계 모두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가 공전할 경우 통상임금 입법화는 다시 미뤄질 수도 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