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종합대책 정부안] 편의점업계 "수습 3개월 때도 100% 지급…인건비 감당 못해"
정부가 29일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산업 현장에서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에는 공감하지만 기업에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반발했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나 유통업체에서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중소기업은 우선 3개월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도 퇴직급여를 보장하거나 이직수당을 신설하는 데 반대했다. 영세기업에 1년간 5조4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는 게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추산이다. 소한섭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실장은 “중소기업 중 비정규직을 쓰는 사업장은 그만큼 열악한 환경인 만큼 당장의 비용부담 증가는 또 다른 탈법행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월산업단지의 한 기업인도 “가뜩이나 중소기업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데 각종 부담을 지우는 정책이 남발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유통·서비스 업계도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으로 부담만 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대형마트, 대형 외식업체 등 대기업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중소유통업체나 생계형 자영점포들은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건비 부담까지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지난해 도급으로 운용하던 진열 및 판매사원 1만2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연간 인건비 부담이 700억원가량 추가로 늘었고 그 부담은 앞으로 매년 더 증가하게 된다”며 “기업으로선 큰 부담이 되니 점진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직영점 70여곳에서 비정규직을 쓰고 있고 수습기간 3개월간 임금 총액의 90%를 줬는데 앞으로 100%로 올려줘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며 “최저 임금 자체도 매년 오르는데 인건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콜센터에 1000여명의 파트타이머를 고용하고 있는 C사장은 “최저임금을 웃도는 시급 6000원 이상 임금을 주고 있는데, 추가로 비정규직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원가 압박이 심해질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외식 가맹점을 운영하는 J사장은 “주방이나 홀에서 일하는 40대 이상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1년 단위로 근로계약서를 쓰고 1년이 넘으면 퇴직금을 주지만 4대 보험은 본인들이 싫어해 들지 않는다”며 “지금도 법대로 하면 남는 게 없는 실정인데, 제도를 바꾼다고 생계형 자영업 점주들이 이를 지킬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중소제조업체들은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도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당초 올해 추진됐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근로시간 단축이 내년에 본격 추진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기존의 생산직 인력도 뽑기가 힘든데 근로시간을 현행 최대 68시간에서 60시간으로 줄인 뒤 ‘휴일용 근로자’를 뽑으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시화산업단지의 표면처리업체 K사장은 “생산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 특성화고를 찾아다니고 인터넷 구인공고를 내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도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정규직 채용 여력을 확대한다는 발상 자체가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화성의 경우 근로자에게 통근용 기름값을 대주지 않으면 입사를 기피하고 있어 유류비를 지원하거나 통근버스를 통해 근로자를 ‘모셔오고’ 있다. 충남으로 내려갔던 일부 기업은 인력난 때문에 서울 인근 산업단지로 생산시설을 다시 옮겨오고 있는 실정이다.

구로디지털밸리에서 정밀측정업체를 운영하는 K사장은 “중소기업이 지방으로 내려가기 힘든 것은 바로 인력 문제 때문”이라며 “특히 지방 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은 곧바로 공장문을 닫거나 해외로 나가라는 얘기”라고 하소연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강창동 유통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