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노동시장 구조 개혁’ 합의안에 최종 사인을 한 것은 지난 23일이었다. 노사정위가 재가동한 지 4개월여 만의 성과였지만,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어설프게 끼워진 ‘첫 단추’였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연내 기본 합의안을 내지 못할 경우 ‘위원장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상태였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19일 10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회의를 하고도 의제별 논의시한, 일부 문구에 대한 이견 등으로 합의안을 내지 못한 노사정위는 밤 12시께 “김대환 위원장이 노·사·정 대표를 만나 해결할 것”이라는 발표와 함께 회의 종료를 선언했다.

이후 노·사·정 대표의 만남은 긴박하게 이뤄졌다. 회의 종료 하루 만인 21일 서울 모처에서 김 위원장 주재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무대행,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회동을 하고 대타협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22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타협 긴급 주문’이 있었고, 같은 날 노·사·정 대표는 서울 여의도에서 긴급 회동을 했다. ‘거래’는 이 자리에서 이뤄졌다. 합의문에 노·사·정 각자가 원하는 문구를 하나씩 집어넣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23일 최종 합의문에는 정부가 요구한 ‘논의 시한’이 담겼고, 노동계가 주장한 ‘원·하청,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경제계의 요구 사항인 ‘사회적 책임과 부담’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그나마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등에 대한 논의시한을 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현안에 대한 노·사·정의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노동시장 구조 논의는 다시 시계를 돌려 출발선에 섰다. 노·사·정이 정한 3개월은 또 다른 우여곡절의 험로를 예고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