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론'에 좌절…그래도 스펙초월에 JOB 희망봤다
2014년 채용시장도 저물고 있다.

삼성·현대자동차 등 하반기 대졸 공채 신입사원 채용에 나선 상당수 기업이 합격자를 발표했다.

일부 기업은 늦어도 이번주에는 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는 연초부터 인사(HR) 관련 이슈로 시끌했다.

삼성이 1월 중순 발표한 ‘신(新)채용제도’가 발단이었다. 현대차의 인문계 상시채용 선언(3월), SK의 인적성검사 역사문제 출제(4월), LG의 그룹 통합채용 포털 오픈(6월) 등 올 한 해 채용시장엔 다양한 제도가 시도됐다. 분주했던 2014년 채용시장을 10대 뉴스로 짚어본다.


1 삼성, 총장 추천 백지화…직무적합성·창의 면접 도입

1월15일 오전, 삼성은 서류전형 부활과 대학 총·학장 추천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새로운 공채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후 삼성 측이 전국 200여개 대학에 총장 추천인원을 할당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결국 삼성은 발표 13일 만에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로부터 10개월쯤 지난 11월5일 삼성이 내년 하반기 공채부터 ‘직무적합성과 창의성 면접’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말 많았던 삼성 채용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이로써 1995년 ‘열린 채용’을 도입한 삼성은 20년 만에 대졸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하게 됐다.


2 현대차 '인문계 상시 채용'…기업들, 수시·인턴·산학채용 확대

상반기 공채가 시작된 3월 첫째 목요일(6일). 현대차는 올 상반기 공채부터 ‘인문계는 상시채용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올 상반기부터 영업·경영지원 등 인문계는 상시로, 이공계는 이전처럼 공채를 통해 뽑는다는 내용이다.

같은 달 25일 기아차는 상반기 공채를 없애고, 인문·이공계 모두 1년 365일 상시채용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많은 기업이 신입 공채를 줄이면서 상시, 수시, 인턴, 산학협력, 경력 채용 등으로 채용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수많은 비용과 교육이 필요한 신입보다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뽑는 것으로 채용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3 LG 통합채용 사이트…롯데는 면접 결과까지 통보

LG는 6월1일 그룹 통합채용 사이트 ‘LG커리어스닷컴’을 오픈했다.

그동안 계열사별로 진행한 채용공고, 지원서 작성, 합격자 확인을 한곳에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은 입사지원서 사진란을 없애는 파격을 시도했으며, 현대차는 올해도 인적성시험(HMAT)을 보러 온 지원자에게 시험 후 밥과 샌드위치를 나눠 주기도 했다. 포스코는 면접을 위해 포항에 온 지원자에게 숙소를 제공했다. 롯데는 하반기 공채 면접에서 탈락한 지원자에게 부문별 성적을 분석해 개별 통지했다.

기업들의 ‘친절한 채용’을 지원자들은 반겼다.


4 삼성·LG·SK 등 채용시험에 '한국사·인문학' 바람

‘현대차가 몽골, 로마제국에서 배울 점을 쓰시오.’

‘기업들이 인문학 소양을 강조하는 이유는?’ 올해는 채용에서 역사와 인문학 열풍이 거셌다. 삼성·LG·SK는 인적성시험에 역사문제를 출제했으며, 현대차와 포스코는 역사에세이를 요구했다. GS그룹의 전 계열사가 한국사 역량을 평가했으며, CJ와 신세계는 면접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했다.

KB국민은행은 필기시험에 역사문제를 추가했으며, 우리은행은 자기소개서 항목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물었다.

또 금융자격증 기재란을 삭제하는 대신 한국사 자격증 소지자는 우대했다.


5 은행 채용 '반토막'…경쟁률 100 대 1

올 하반기 은행권 입사는 그야말로 ‘바늘구멍’이었다.

평균 경쟁률은 100 대 1. 상반기에 NH농협은행(6급)과 신한은행만 채용을 실시한 탓에 지원자들이 몰린 것이다. 200명을 뽑은 IBK기업은행에는 2만4000여명이 지원했다. 140명(일반직 100명, IT 40명)을 뽑은 농협은행 5급에도 1만6000여명이 지원해 12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50명을 뽑은 우리은행에는 2만5000여명이, 신한은행엔 2만여명이 지원했다.

290명을 뽑은 국민은행에도 2만명 가까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10월에 원서를 받은 하나은행은 120명을 뽑았다. 연 2회 채용을 하던 은행들이 이처럼 올해는 하반기 1회 채용으로 줄이면서 금융권 지원자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6 '스펙 초월' 열풍…'경단녀' 채용

올해는 스펙 초월 채용이 대세였다. 4월3일 금융공기업 18곳은 신입채용 입사지원서에 자격증과 어학성적 기재란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우리·신한·하나·국민·농협은행도 참여했다.

취업준비생의 과도한 스펙 쌓기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였다. 대기업도 동참했다. LG는 입사지원서에 수상경력, 어학연수, 인턴, 봉사활동 등 스펙란을 없앴다. 인적성시험을 없앤 한화는 이력서에도 가족관계와 종교란을 삭제했다.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 공기업들의 지방 이전에 따른 ‘지방인재’ 채용과 삼성, 롯데, CJ, 신세계, 은행권의 ‘경력단절여성’ 채용도 화두였다.


7 지여인·돌취생·열정페이…청년취업난 신조어 쏟아져

청년실업이 화두가 되면서 취업난을 묘사한 신조어가 쏟아졌다. 취업시장의 약자를 일컫는 지방대·여성·인문계란 뜻의 ‘지여인’, 인문계 90%는 졸업 후 논다는 의미의 ‘인구론’, 무급에 가까운 적은 월급을 주면서 취준생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꼰 ‘열정페이’ 등이 유행했다. 뛰어난 스펙에도 불구하고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세대를 의미하는 ‘이케아 세대’, 취업에 대한 불안으로 스펙 쌓기와 공부를 멈추지 않는 ‘공휴족’, 취업을 위해 토익점수 올리기에 몰두하는 ‘잉글리시 푸어’, 막상 입사 후에도 적성에 맞지 않아 취준생이 된 ‘돌취생’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취업이 늦어지다 보니 등록금 대출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된다는 ‘청년실신’도 양산됐다.


8 녹십자 500 대 1· 농심 275 대 1…중견기업 입사도 '별따기'

대기업 금융권 입사가 어렵자 명문대와 유학파들이 중소기업으로 몰리기도 했다. 중소제약사 휴온스에는 서울대 약대 출신들이 노크했고, 동아쏘시오홀딩스 영업직에도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이 대거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 소기업의 경쟁률도 대기업 못지않았다. 세아상역이 300 대 1, 녹십자는 500 대 1, 이디야커피에는 1만2000여명이 몰려 300 대 1을 보였다. 아워홈에는 7000여명이 몰려 지난해 3000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고, 태광산업에도 1만4551명이 지원했다. 40명을 뽑은 농심에는 1만1000여명, SPC그룹 1만여명, LIG넥스원에도 500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9 금융공기업 합격자 특징은 '지방대, 여성, 이공계, 전문직'

한 국은행의 올해 신입직원 가운데 11명(18.3%)이 지방대 출신 합격자였다. 역대 최고다. 산업은행에선 여성이 32%를 차지했고, 청년인턴·이공계 출신 합격자도 16%에 달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여성합격자 비율이 54%로 남성보다 더 높았다.

한 국거래소는 전산·수학통계직군 5명, 전문직 7명(변호사 4명, 회계사 3명)이 각각 합격했다. 산은·수은·거래소는 올해 채용 때 전문직 자격증 우대를 없앴고, 한은도 내년 채용부터 전문직 자격증 우대를 폐지하기로 했다. 경쟁률도 100 대 1을 넘었다.

산은 104 대 1, 수은은 109 대 1이었고, 예금보험공사는 23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10 내년 공공기관 1만7187명 신규 채용 올해보다 2.9% 늘어난다

내년에는 302개 공공기관이 모두 1만7187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취준생이라면 세 가지 특징을 유념해야 한다.

올 하반기부터 지방 이전이 본격화하면서 전북 전주로 본사를 옮긴 대한지적공사는 ‘지역인재 10% 채용’ 목표제를 뒀다.

대한주택보증도 부산 인재를 10% 이상 채용한다. 한국가스공사(대구), 한국전력공사(나주), 서부발전(태안)도 지역인재를 우대한다.

이 밖에 36개 기관은 ‘스펙 초월’을 통해 뽑으며, 상당수 공공기관은 정규직 전환율 70~95%인 ‘채용연계형 청년인턴’을 통해 신규 직원을 채용한다.

공태윤 기자/이도희 한경매거진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