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혁신업체로 주목받던 가전업체 모뉴엘을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결국 파산을 선고했다. 모뉴엘에 수천억원대의 여신이 물려 있는 은행들은 큰 손실을 보는 게 불가피하게 됐다.

수원지법 파산2부는 9일 모뉴엘에 파산선고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난 9월까지 파악된 허위 가공매출채권을 배제할 경우 모뉴엘의 자산은 2390억여원, 부채는 7302억여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파산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뉴엘의 가공매출 규모는 2008년 이후 2조7397억여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90%에 이른다”며 “운영자금 부족으로 신규 영업활동이 이뤄지지 못하고, 핵심인력 다수가 빠져나가 조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파산에 이르게 된 이유로 “로봇개발 사업 등에 대한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옥 건립, 기업 인수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자금 압박을 받게 되는 등 방만한 경영과 이를 은폐할 목적으로 발생시킨 거액의 허위 매출채권”을 들었다.

파산선고에 따라 재판부가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모든 관리처분권을 행사하게 된다. 모뉴엘이 보유한 자산을 채권자에게 분배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이를 위한 채권신고기간은 내년 2월27일까지다. 제1회 채권자집회기일은 내년 3월18일이다.

모뉴엘이 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직전인 지난 9월 말 기준 전체 은행권 여신은 6768억원에 이른다. 기업은행이 1508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1253억원), 수출입(1135억원) 외환(1098억원), 국민(760억원), 농협은행(753억원) 등 순이다. 이 가운데 담보가 설정된 대출은 총 3860억원,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은 2908억원에 이른다.

대부분 채권 금융회사가 지난 3분기에 모뉴엘 사태에 따른 피해액을 충당금으로 적립했으나 손실 규모와 변제순위 등이 정해지면 충당금 규모는 추가로 늘어날 여지가 있다. 또 무역보험공사(무보)의 보증을 담보로 실행된 담보대출도 무보와 은행권이 부실 책임을 둘러싸고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출과 보증심사 과정에서 무보와 수출입은행 일부 임직원이 모뉴엘로부터 뒷돈을 받은 정황까지 포착돼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