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국내 첫 보험약가 소송 승소…제약사의 '구원투수들'
‘메이드 인 코리아’의 경쟁력이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몇몇 산업 분야 중 하나가 제약 분야다.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을 척결하는 문제뿐 아니라 제네릭(복제약) 탈피, 해외 시장 진출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오랫동안 전문성을 쌓아온 제약 전문 변호사들은 업계 규제 완화와 국내 시장 재편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목근수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는 국내 제약 법률 분야의 개척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당시 국내 제약회사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급급해 변호사 조언을 받는 일이 드물었지만 초기부터 이 분야에 집중,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목 변호사는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머크 한국 현지법인 설립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협회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설립 초기 자문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그 결과 얀센 존슨앤드존슨 노바티스 MSD 등 유명 다국적 제약회사들을 국내 시장 진출 초기부터 현재까지 오랜 고객사로 두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20여년간 업계와의 스킨십과 동향 체크에 꾸준히 공을 들여 실무적 감각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2세대 대표주자 격으로 뛰고 있는 인물은 노경식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19기)다. 9년간 판사로 재직했던 그는 2002년 국내 최초로 제기된 보험약가 소송에서 제약회사를 대리해 승소한 것을 계기로 30여건이 넘는 까다로운 관련 사건들을 승소로 이끌었다.

또 글리벡 약값을 일방적으로 인하한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과 공단의 제약사들에 대한 약가 환수 조치가 잘못됐다는 내용의 판결 등 당국의 부당한 업계 규제를 제한하는 선례도 많이 남겼다.

한 경쟁 로펌 관계자는 “송무뿐 아니라 각종 자문, 행정처분 등 규제, 형사 등 제약 관련 법조 분야를 총망라할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평가했다.

박금낭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31기)는 서울대 약물학 석사 출신으로 제약 관련 지식재산권(IP) 분야와 약가 관련 소송에서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2002년 광장에 합류한 박 변호사는 같은 팀 송평근 변호사(19기)와 함께 SK케미칼이 다국적 제약사를 상대로 한 치매 치료제 특허 소송 3건을 항소심까지 모두 승소로 이끌었다.

최근 양약-한약 업계 간 이슈인 천연물 신약 관련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국내 제약사와 식약청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노 변호사와 박 변호사가 각각 속한 김앤장과 광장이 국내 제약사와 해외 제약사 간 갈등에서 상대방을 대리해 만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의료 보건 전문 로펌인 티와이앤파트너스의 부경복 변호사(29기)도 베테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앤장에 7년간 몸담았던 그는 약가 관련 소송에서 다수 승소한 것은 물론 제약사 협회 자문 등에 두루 관여했다. 그가 설립한 티와이앤파트너스는 아시아 지역 사내변호사 총회에서 국내 보건의료산업 분야 최우수 로펌으로 선정되는 등 고객사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밖에 제약 전반은 아니지만 제약사들의 인수합병(M&A)과 행정 자문 등 분야도 경쟁이 거세다. 조정민 태평양(25기)·이덕구 세종(27기)·김기영 율촌(27기)·조영선 화우(26기) 변호사 등이 업계가 꼽는 전문가들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내년 3월 발효되는 의약품 특허 연계제도를 앞두고 로펌 간 고객 유치를 위한 물밑경쟁도 거세다”며 “업계의 발전 잠재력이 많고 전문가 진출도 늘고 있는 만큼 향후 제약 법률 분야가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