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 58층 일식당 슈치쿠, 제철 생선은 '진미'…창밖 풍경은 '별미'
슈치쿠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일식당이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58층에 있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식당에 들어서자 통유리를 통해 한강과 서울 전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굴과 은행을 넣은 영양 돌솥밥
굴과 은행을 넣은 영양 돌솥밥
슈치쿠는 일본어로 ‘붉은 대나무’란 뜻이다. 실제 붉은색 대나무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곳을 찾는 이에게 그만큼 ‘진귀한’ 맛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외국 바이어를 동반한 비즈니스 모임, 정치인의 오찬 모임 장소로 인기가 높다. 주말 저녁에는 프러포즈하는 연인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10년 문을 연 슈치쿠는 일본 도쿄 페닌슐라호텔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 하시모토 유키오가 ‘일본 대나무 숲’을 콘셉트로 설계했다. 슈치쿠에는 여덟 개의 룸이 있는데 어느 곳을 택하든 창밖이 멋지다. 맨 끝 방에 앉아 요즘 가장 인기가 좋다는 ‘겨울 특선 가이세키 요리’를 주문했다. 가이세키 요리는 17~18세기 일본 에도시대 때 식사와 술을 함께 즐기던 연회에서 유래된 코스 요리다. 일본에서는 귀한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거나 중요한 모임을 열 때 먹는다.

63빌딩 58층 일식당 슈치쿠, 제철 생선은 '진미'…창밖 풍경은 '별미'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하늘을 보고 있는데, 의외로 가장 먼저 돌솥밥이 나왔다. 뚜껑을 여니 생 찹쌀과 굴, 은행, 각종 채소가 물에 담겨 있다. 직원이 불을 붙여 밥을 짓는 사이 은은한 밥 내음을 맡으며 다른 코스 요리부터 맛봤다.

‘연어알과 나메코 버섯을 넣은 마즙’을 후루룩 마시면서 속부터 달랬다. 이어 참깨를 갈아 만든 두부를 맛봤다. 과하지 않은 고소함이 입맛을 돋운다. 청매실로 입가심하고 본격적으로 주요리를 먹을 차례다.

제철 생선을 활용한 생선회가 인상적이었다. 복어회부터 한 점 집어먹었다. 복어회는 중국 북송시대 시인 소동파가 ‘목숨과 바꿀 만한 신비한 맛’이라고 극찬했다고 전해진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젓가락질을 부른다. 스페인산 참치 뱃살은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럽다. 모든 생선은 활어 상태로 들여오며, 선도를 유지하는 데 최대한 신경 쓴다고 식당 측은 설명했다.

옥돔 튀김도 슈치쿠가 내세우는 대표 메뉴다. 튀김옷을 뚫고 삐죽삐죽 서있는 것은 비늘이다. 옥돔 비늘은 칼슘 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식감이 좋지만 일일이 가시를 제거하는 번거로운 조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함께 나온 수삼 튀김은 자칫 느껴질 수 있는 느끼함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돌솥밥의 불이 꺼지고 뚜껑을 여니 찹쌀밥이 그새 완성됐다. 한 숟갈 떠넣으니 따로 간을 하지 않았지만 굴 때문에 짭조름한 맛이 난다. 돌솥밥 대신 스시로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스시 중에서는 이곳 비장의 무기인 ‘고등어 봉초밥’을 권할 만하다. 밥 고등어 실파 등을 김으로 만 뒤 무즙을 뿌려 만들었다. 고등어 특유의 비린 맛이 없다.

63빌딩 58층 일식당 슈치쿠, 제철 생선은 '진미'…창밖 풍경은 '별미'
스시만 맛보고 싶다면 식당 가운데 스시바를 택하는 것도 괜찮다. 스시 전문인 다카시마 야스노리 셰프가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를 골라 스시를 만들어 준다. 20년간의 한국 생활로 한국어에 능통한 셰프가 들려주는 스시 얘기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적당한 술을 곁들이고 싶다면 사케 소믈리에를 찾자.

귀한 손님을 모시는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오랜만에 아내와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도 좋다. 코스요리는 12만3000~23만원 선, 좀 더 메뉴를 간소화한 정식은 7만3000~8만5000원이다.

■ “스시 맛있게 먹으려면 1분 안에 드셔야 합니다”
다카시마 야스노리 셰프

“스시를 맛있게 먹고 싶다고요? 그럼 반드시 1분 안에 드셔야 합니다.”

63빌딩 58층 일식당 슈치쿠, 제철 생선은 '진미'…창밖 풍경은 '별미'
슈치쿠의 스시 셰프인 다카시마 야스노리(47·사진)는 스시는 생선과 밥의 온도, 수분 조절이 중요하기 때문에 만들자마자 바로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1분만 지나도 재료의 변질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가 조리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도 속도다. 스시를 먹을 때 웬만하면 스시바에 앉을 것을 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식재료에도 많이 신경 쓰고 있다. 그는 최소 매주 두 번은 새벽에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꼼꼼하게 각종 생선을 살핀다. 발품을 팔다가 새로운 메뉴 개발의 영감을 얻기도 한다.

다카시마 셰프는 1994년 배낭여행으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우연히 찾은 한 전통시장에서 한국인과 어울리며 따뜻한 ‘정’을 느꼈다고 한다. 그후 1995년부터 20년째 한국 생활을 하고 있다. 그동안 밀레니엄힐튼, 그랜드힐튼, W서울워커힐 등 유명 호텔에서 스시 셰프로 일했다.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스시를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대표 메뉴는 고등어 봉초밥이다. 고등어는 ‘국민 생선’으로 불리지만 회로 먹기엔 적당하지 않다는 인식이 많다. 자체 개발한 초절임 방식을 통해 비린 맛을 없앤 스시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배춧잎에 밥과 성게알을 올린 스시도 독특하다. 성게알은 김으로 말아 먹는 경우가 많은데 김이 성게알 특유의 식감과 향을 죽인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메뉴를 내놓았다.

■ 위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0 63빌딩 58층 (02)789-5751

■ 메뉴
코스 요리 12만3000~23만원, 정식 요리 7만3000~8만5000원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시30분~오후 3시, 저녁: 오후 5시30분~10시


글=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