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이 짜고 서류 위조·횡령…줄줄 샌 국고보조금 3119억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소속 연구원 A씨 등은 정부출연금 지원에 편의를 봐주겠다며 정보기술(IT)업체와 유착했다. 연구원들은 뇌물을 받고 IT업체가 정부출연금 12억원을 횡령하도록 도와줬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A씨를 비롯해 범죄에 가담한 17명을 입건, 이 중 12명을 구속 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충북지역에서 보조금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B씨 등은 축산업자와 짜고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 관련 자료를 조작했다. 이들은 허위 자료를 통해 3억750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빼돌렸다. 보조금을 빼돌리는 데 가담한 사람 중에는 이 지역 4선 현직 시의원도 있었다.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보조금 횡령에 가담한 B씨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렇게 1년간 줄줄 샌 국조보조금만 3119억원에 달했다. 전체 보조금 50조5000억원(지난해 기준)의 0.6%에 해당한다.

민간업자와 공무원이 결탁한 정부 지원금 횡령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 반부패부(검사장 강찬우)와 경찰청은 ‘검경 국고보조금 비리 공조수사 중간 결과’를 3일 발표했다. 검경은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자 5552명을 인지하고 이 가운데 253명을 구속했다. 3119억원 상당의 국고보조금을 부당 지급받거나 유용한 사실을 적발하고 담당 기관에 이를 환수토록 조치했다. 앞서 검경은 지난해 12월 국고보조금 관련 비리 집중 단속을 시작했다.

적발 유형별로는 국고보조금 횡령이 2979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고보조금 편취는 2198명이었다. 보조금 관련 공무원 비리 적발자도 52명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보조금 비리가 보건·복지, 고용, 농수축산, 연구개발, 교통·에너지, 도시개발, 문화·체육·관광, 의료, 교육 등 보조금이 지급되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국가·지방자치단체가 민간단체나 개인사업자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주는 국고보조금은 지난해 50조5000억원으로 국가 예산의 약 14%를 차지했다. 이를 빼돌리는 일이 근절되지 않아 비리를 근본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확인된 뿌리 깊은 비리구조에 대해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을 통해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정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