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2015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 오류 논란이 인 과학탐구 생명과학II 8번 문항과 영어 25번 문항이 결국 ‘복수정답’ 처리됐다. 복수정답이 인정된 생명과학II 문항은 수험생들의 대입 당락에 영향력이 상당한 반면 영어 문항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수능 최종 정답을 발표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이의신청이 가장 많이 제기된 생명과학II 8번 문항과 영어 25번 문항은 출제 오류가 인정돼 복수정답 처리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생명과학II 문항은 정답으로 제시된 ④번 보기 외에 ②번 보기까지 복수정답으로 인정됐다. 가채점 기준 ②번 보기를 고른 수험생이 60~70%선으로 집계돼 영향이 크다. ②번 보기를 고른 응시자는 점수와 등급이 올라가고, ②번 이외의 보기를 선택한 응시자는 점수와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②번 보기 응답률 63%, ④번 보기 응답률 10%를 가정한 유웨이중앙교육은 복수정답 인정에 따라 전체 평균 약 1.26점, 표준편차 약 0.5점 상승하고 표준점수는 최대 2점까지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1등급과 2등급 컷은 각각 원점수 기준 2점 오르고, 3등급과 4등급 컷은 1점씩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되면 생명과학II 응시자 중 등급이 오르는 수험생은 3600여 명, 등급이 내려가는 경우는 1700여 명 정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유웨이중앙교육은 “②번 보기를 고르지 않은 1~3등급대 수험생의 경우 350여 명의 등급이 내려갈 것” 이라며 “상위권 대학들이 주로 사용하는 백분위 변환표준점수로 따져보면 ②번 보기 외의 선지를 택한 수험생 1만1000여 명의 백분위가 하락한다. 특히 의·치·한의대에 지원하는 자연계 상위권 수험생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투스청솔도 ②번 보기 응답률 66%를 가정해 ②번 보기를 고른 학생 가운데 표준점수가 1점 오르는 학생은 1만1000여 명, 한 등급 올라가는 수험생은 4000여 명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원래 정답인 ④번 보기를 포함해 다른 보기를 선택한 학생들은 전체 원점수 상승에 따라 대부분 표준점수가 1~2점 내려가고, 절반 가량은 등급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이번 수능은 수학이 쉽게 출제돼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복수정답이 인정된 과탐 점수가 대입 당락에 실질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성학원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학B와 영어가 쉽게 출제된 데다 생명과학II마저 원점수가 올라가는 수험생이 많아지면서 자연계 상위권 학과 당락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수시전형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며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 정시모집의 과탐 반영비율이 30%로 높아 합격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가스터디 남윤곤 입시전략연구소장도 “복수정답으로 인해 전체 평균점수가 올라 기존 정답자의 표준점수와 등급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 전제한 뒤 “특히 고려대, 서강대 등 상위권 대학의 경우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수학이나 과학탐구 중 1개 영역을 필수로 요구하므로 이들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 일부는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학사 김희동 입시전략연구소장 역시 “생명과학II의 경우 상위권 수험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과목이다. 복수정답 인정에 따라 오히려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등급이 내려가 수능최저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증가할 수 있다” 면서 “정시에서도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응시하는 조합인 화학I과 생명과학II에서 변별력이 약화돼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영어 25번 문항의 경우 원래 정답인 보기 ④번 보기를 선택한 수험생이 많아 ⑤번 보기가 복수정답 처리됐지만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이투스청솔은 해당 문항의 ④번 보기 응답률은 약 80%, ⑤번 보기 응답률은 5% 내외로 추정했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복수정답이 인정돼도 전체 평균은 약 0.1점 올라가며 등급이나 표준점수, 백분위 산정에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기존 정답인 ④번 보기가 제시문과 확실히 달라 정답을 고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도 “영어는 생명과학II와 달리 수시와 정시 모두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미 ‘물수능’에 따른 혼선을 빚는 상황에서 출제 오류에 따른 복수정답 인정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아직 수능 성적이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서 복수정답 논란을 종결지으면서 정시에선 혼란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에서 수시전형 대학별고사 일정이 끝나 수능최저기준에 관한 논란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