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한·중 FTA 체결…'몸값' 치솟는 중국 전문 변호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계기로 국내 중국 전문 변호사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로펌 가운데 중국지사를 운영하는 곳은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지평 등 다섯 곳이다. 각 로펌의 내로라하는 중국 전문가들이 베이징 또는 상하이에서 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한·중 양국 기업이 상대 국가에 진출할 때 컨설팅을 하는 등 양국 교역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양국 교역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의 역할 또한 중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Law&Biz] 한·중 FTA 체결…'몸값' 치솟는 중국 전문 변호사
현재 국내 로펌의 중국지사장 중에서 가장 오랜 주재원 경력을 자랑하는 전문가는 최용원 세종 변호사(50·사법연수원 28기)다. 세종이 베이징지사를 만든 2006년부터 지사장을 맡고 있다. 최 변호사는 “중국은 법이 모호하고 공무원이 가진 재량권이 커 규정이 어떻게 적용될지 예측이 어렵다”며 “오랜 경험과 네트워크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나라의 시장도 최 변호사의 전문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는 주중한국상회 법률고문 등 사회공헌 활동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맡을 수 있는 중국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CIETAC) 중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업체나 오리온 쇼박스 등 영화제작 업체 컨설팅을 많이 한다는 게 최 변호사의 설명이다.

최정식 지평 변호사(51·31기)도 두각을 보인다. 지평이 상하이지사를 낸 2007년부터 지금까지 지사장을 맡고 있다. 2001년 초대 사법연수원 중국법학회장을 지냈고 지평이 이듬해 그를 영입하며 중국팀을 만들었다. 상하이한국상회 자문위원, 상하이총영사관 고문변호사 등 재능기부를 포함해 현지기업 사외이사까지 10개에 가까운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중국 주재원 가운데 외부활동을 가장 많이 해 네트워크도 탄탄하다.

지평의 자문 분야는 분쟁 해결, 프로젝트성 업무(금융파이낸싱 상장 등) 등 다른 로펌에 비해 비교적 고른 편이다. 최근에는 한국 의료산업의 중국 진출과 관련된 성과가 눈에 띈다. 최 변호사는 “연세의료원 아산병원 등의 중국 진출을 컨설팅했다”고 말했다.

오기형 태평양 변호사(48·29기)는 2008년부터 상하이지사장을 맡고 있다. 인수합병(M&A)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어 2009년 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합작회사 설립, 2010년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합작회사 설립 등을 자문했다. 중국팀장으로서 베이징지사까지 총괄한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 업무를 개발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까지는 상하이에 상주했으나 올해는 이 때문에 한 달에 절반 이상은 한국에 들어온다. 오 변호사는 “한국 시장에 대한 중국 내 인식이 썩 좋지는 않았는데 한·중 FTA로 호감도가 높아졌다”며 “앞으로 한국 진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함대영 광장 변호사(45·28기)는 중국 칭화대에서 증권법과 회사법으로 법학석사 학위를 받은 점이 눈에 띈다. 중국에서 중국법으로 석사 이상 학위를 받은 국내 몇 안 되는 변호사 중 한 명이다. 함 변호사는 “중국은 금융 관련 규제가 매우 심해 고전하는 한국 기업이 많은데 학위 과정을 거치며 심도 있게 연구해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한 업무는 한국 기업의 중국 내 부동산 투자다. 롯데그룹이 중국 청두에서 추진 중인 ‘중국판 롯데월드’ 건립도 자문하고 있다. 함 변호사는 “최근에는 업무의 60%가 분쟁 해결과 관련돼 있다”며 “분쟁금액으로 수백억원 단위는 흔할 정도로 큰 건이 많다”고 설명했다.

변웅재 율촌 변호사(45·24기)가 베이징지사장을 맡은 건 지난 6월부터다. 그러나 이전에도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에서 중국 파견 업무를 하는 등 다년간의 경험이 있다. 당시 중국 현대자동차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일에서 법률업무를 총괄한 경험도 있다. 미래에셋운용이 2006년 중국 상하이의 랜드마크인 미래에셋타워를 인수할 때도 컨설팅했다.

태평양과 마찬가지로 최근에는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 지원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변 변호사는 “최근에는 업무의 70%를 한국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 지원에 할애하고 있다”며 “지난해 중국 대형 의류회사인 디샹그룹이 한국 아비스타를 인수할 때도 컨설팅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