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으로 유병언 사진 구입·대출금 변제·해외 여행

60억원대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 등을 받는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 김혜경(52·여) 한국제약 대표가 24일 재판에 넘겨졌다.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조세범처벌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의 혐의 액수는 횡령 및 배임 61억원과 조세포탈 5억원 등 총 66억원이다.

김씨는 2012년 6월 상품가치가 없는 유씨의 사진 4장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한국제약의 자금 1억1천만원으로 사들여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1년 5월 세모와 한국제약의 영업권 양도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받은 16억원을 자신의 대출을 갚는 데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한국제약 명의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미국 등지에서 개인 물품을 사거나 여행 경비로 써 회삿돈 총 1억4천900만원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한번도 근무한 적 없는 계열사 문진미디어에서 2억2천만원 상당의 월급을 받았으며 24억원 가량의 스쿠알렌과 화장품 매출을 누락하고 5억원 상당의 법인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또 총 418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김씨가 한국제약과 아이원아이홀딩스 등 계열사 6곳 주식(120억원 상당)과 7만4천114㎡의 토지를 포함해 부동산 27건(104억원 상당) 등 총 224억원 상당의 유씨 재산을 차명으로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향후 김씨의 차명재산에 대한 추적이 끝나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체류할 때부터 변호사를 선임하고 검찰 조사에 대비한 김씨는 횡령 및 배임 혐의뿐 아니라 유씨의 차명재산에 대해서도 사실상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자신의 재산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대표이사여서 신용도가 높아 대출 받기가 쉬웠다"며 "가족과 함께 주식 등에 투자해 번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의 재산 가운데 김씨가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97억원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통보해 증여세와 가산세를 물릴 방침이다.

검찰은 또 유씨의 장남 대균(44)씨가 운영한 서울 강남의 몬테크리스토 카페가 정치권 로비 창구로 이용됐다는 의혹은 현재까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밝혔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씨의 구속 기간인 20일은 범죄 혐의를 소명하기에도 짧은 기간"이라며 "향후 김씨를 통한 정관계 로비라든지 유씨의 자금 관리 의혹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3월 27일 90일짜리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건너갔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의 소환 조사에 불응하며 현지에서 도피생활을 했다.

김씨는 지난달 4일 오전(현지 시각) 미국 버지니아주의에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수사관들에게 체포됐으며 지난 7일 국내로 송환됐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