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현장의 추모 국화 > 환풍구 덮개 붕괴 사고로 16명이 숨진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의 환풍구 주변에 19일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국화 화분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 사고현장의 추모 국화 > 환풍구 덮개 붕괴 사고로 16명이 숨진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의 환풍구 주변에 19일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국화 화분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환풍구 붕괴로 16명이 숨진 판교테크노밸리 축제의 사전 행사계획서엔 주최 측인 경기과학기술진흥원(경기과기원) 직원 4명이 안전요원으로 기재돼 있었지만, 당사자들은 자신이 안전요원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또 이들 4명을 포함해 행사 관계자로 등록된 38명 중 안전교육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주최 측의 ‘주먹구구식 안전관리’가 이번 사고를 불러온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700여명 모인 행사장에 안전요원 ‘0’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9일 기자회견에서 “행사계획서에 등록된 38명의 행사관계자 중 사회자 2명을 제외한 36명이 모두 홍보나 행사진행 등을 위해 투입된 인력이었고, 안전교육은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행사계획서에 기재된 4명의 안전요원조차 ‘본인이 안전요원으로 등록된지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발표했다.

행사관계자로 등록된 38명 중 경기과기원 직원 16명은 기업 홍보활동을, 행사 대행사 플랜박스에서 파견된 11명은 무대 주변 관리 및 이벤트 행사진행을 맡았다. 이데일리가 파견한 11명 중 2명은 사회자였고, 9명은 행사보조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계획서는 사고 다음날 사망한 오모 경기과기원 과장(37)이 작성한 것이다. 오씨는 18일 오전 2시~3시20분 분당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오전 7시15분께 판교테크노밸리 지원본부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오씨가 죄책감에 스스로 투신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책임을 가려내기 위한 경찰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이날 수사관 60여명을 투입해 서울 회현동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 수원 이의동 경기과기원 본사와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지원본부, 행사 대행사인 서울 합정동의 플랜박스 등 2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또 주관사인 이데일리TV 본부장과 광고사업국장, 주최 측인 경기과기원 본부장 등 7명의 자택·차·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했고, 이 중 6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행사 주최 및 자금 지원 여부 논란

경기도와 성남시의 행사 공동 주최 및 자금 지원 여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경기경찰청은 “경기과기원 김모 본부장이 경찰 조사에서 ‘성남시로부터 500만원을 지원한다고 전해 들어 성남시를 주최 측으로 병기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또 “경기과기원이 경기도 산하여서 경기도를 주최 측으로 함께 표기해도 문제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이데일리측의 진술이라며 “7000만원의 행사 예산 중 경기과기원이 3000만원, 성남시가 100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성남시는 행사와 관련해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남준 사고대책본부 대변인은 “경기도와 성남시는 이번 행사와 관련해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없고, 주최 측으로 기재된 것도 인지한 바 없다”며 “주최·주관과 관련한 문제는 사고 수습을 마친 뒤 법적으로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재명 성남시장이 행사에 참석한 것과 관련, “주최와 주관과는 무관하게 이데일리 측으로부터 초청받아 축사를 하러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곽재선 이데일리 회장은 이날 분당구청에서 남경필 경기지사, 이재명 시장과 만나 보상 및 수습 문제를 논의했다. 곽 회장은 기자들에게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며 “제가 갖고 있는 장학재단을 통해 이번 사고로 숨진 사람들 가족 자녀의 대학까지 학비를 대겠다”고 말했다.

성남=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