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 인근 행사(지역축제) 진행 스태프 모집, 연령 20~33세, 학력 무관.’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www.alba.co.kr)’에 올라온 글이다.

수백명이 모이는 소규모 야외 공연부터 수만명이 운집하는 체육관 콘서트에 이르기까지 각종 행사와 공연의 안전·진행 업무를 대부분 ‘당일치기’ 아르바이트생이 맡고 있어 판교테크노밸리 참사와 같은 사고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화재시 대피로와 같은 기본적인 수칙조차 모른 채 버젓이 ‘안전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는 주관사가 실무를 담당할 대행사를 선정하면, 대행사가 다시 행사를 진행하는 업체를 골라 경호와 진행 업무를 맡기는 구조로 치러진다.

행사 진행업체 대부분이 영세하다 보니 일감이 들어오면 그때마다 ‘알바천국’ ‘알바몬’ 등과 같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짧은 기간에 일할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있다. 두 사이트에서 ‘공연 진행요원’이란 단어로 검색하면 100여개가 넘는 채용공고가 뜰 정도로 각종 공연 및 행사의 안전·진행요원이 아르바이트생으로 충당되고 있는 셈이다.

알바생이 채용되더라도 체계적인 안전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대부분이 용돈을 벌러 나온 20대 초반 대학생들인 데다 열악한 근로조건 탓에 오랜 기간 일하는 경우가 드물어 채용한 업체도 특별한 안전교육 없이 알바생을 행사장 곳곳에 배치해 공연 티켓 확인, 좌석 안내 등의 단순한 업무를 맡기는 실정이다.

지난 8월 한 대형 콘서트에서 진행요원으로 일한 이모씨(27)는 “열흘 동안 공연장에서 일하면서 불이 나면 어디로 대피해야 되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내용조차 교육받지 못했다”며 “공연장에서 화재라도 발생하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행사 진행업체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서류로만 안전·진행요원을 투입하고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적게 채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공연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호업체서 2년간 근무한 문모씨(25)는 “처음엔 경호원 30명을 동원하기로 한 행사였는데 실제로 22명만 배치하고 나머지 8명의 임금은 업체에서 가로챈 경우도 봤다”며 “22명 중엔 경호실무를 경험하지 않은 경호학과 학생들이 절반이 넘는 상황에서 사람 수까지 줄여버리면 행사장 안전관리에는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순간적인 판단이 생사를 좌우하는 사고 현장에선 안전요원 한 명이 수십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며 “행사 규모에 따라 안전요원 배치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