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언급한 ‘지나친 법 집행’의 대표적인 사례는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법원·검찰의 여론 눈치보기다. 업무상 배임이란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기업 등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처벌하는 것인데, 문제는 사법 당국이 그룹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 여부와 무관하게 무차별적으로 이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대표적인 피해자다. 김 회장은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계열사를 지원해 계열사들이 모두 살아났는데도 1, 2심 재판부는 오너의 경영 판단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다. 윤석금 웅진 회장의 경우 1심 재판부는 “극동건설, 웅진캐피탈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개인적 이익을 직접적으로 의도한 것이 아니다”고 판단하면서도 징역 4년 실형을 선고했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배임죄 앞에선 모든 기업인이 잠재적 피의자란 말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분식회계와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 기업 측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외환위기 때 정부가 나서서 “오너들이 책임지고 부실 계열사를 떠안으라”고 떠밀다시피 구조조정을 종용해 놓고 이제 와서 달라진 잣대로 형사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10년에 걸쳐서 분식회계를 정리하고 있었고, 추징세금은 작년에 다 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한 변호사는 “판사들 간에 기업 총수에 대해선 집행유예하면 안 된다는 묵계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3년 징역형+5년 집행유예’ 공식은 깨졌는데 대신 ‘집행유예 없는 실형선고’가 새로운 양형 공식으로 자리잡았다는 얘기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