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기업인 사면論] "구조조정 과정서 계열사 살렸는데…달라진 잣대로 탈세 · 배임 적용"
김승연 한화 회장이 대표적인 피해자다. 김 회장은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계열사를 지원해 계열사들이 모두 살아났는데도 1, 2심 재판부는 오너의 경영 판단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다. 윤석금 웅진 회장의 경우 1심 재판부는 “극동건설, 웅진캐피탈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개인적 이익을 직접적으로 의도한 것이 아니다”고 판단하면서도 징역 4년 실형을 선고했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배임죄 앞에선 모든 기업인이 잠재적 피의자란 말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분식회계와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 기업 측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외환위기 때 정부가 나서서 “오너들이 책임지고 부실 계열사를 떠안으라”고 떠밀다시피 구조조정을 종용해 놓고 이제 와서 달라진 잣대로 형사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10년에 걸쳐서 분식회계를 정리하고 있었고, 추징세금은 작년에 다 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한 변호사는 “판사들 간에 기업 총수에 대해선 집행유예하면 안 된다는 묵계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3년 징역형+5년 집행유예’ 공식은 깨졌는데 대신 ‘집행유예 없는 실형선고’가 새로운 양형 공식으로 자리잡았다는 얘기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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