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원격의료가 이달 중에는 어떻게든 첫발을 떼게 됐다. 복지부가 오는 29일부터 6개월간의 시범사업 일정을 발표했다. 문제는 의사협회의 반대다. 20년 이상 끌어온 이 사업의 시행에 의협 산하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데서 반대성명서까지 내면서 또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이번 시범사업에서 정부는 전국의 11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1차 원거리 모니터링을 한 다음, 안전성 검증을 거쳐 진단·처방을 포함한 원거리 진료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원격진료에 앞서 안전성과 유효성 점검을 또 거치는 절차다. 그러자면 의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도 의사단체는 “졸속으로 진행된 데다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반대한다.

1990년대 초반부터 논의돼 20년 이상 준비해온 사업을 졸속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우수한 의료진에 진료가 쏠릴 것을 두려워하는 일부 의사들의 이권투쟁이라고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 안전성 주장도 그렇다. 바로 그 안전성 문제를 놓고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이 점검해보고 평가하자는 것이 시범사업이다. 혹여 중대 결함이라도 발견되면 의사와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이 함께 해결책을 찾고, 그래도 미심쩍다면 시행을 보류하자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시범사업 시행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사업은 지난 3월 의협이 정부와 시범도입을 공동 추진키로 이미 합의한 것이다. 의협 집행부가 교체됐다고 그때마다 약속을 뒤집을 참인가.

하루가 다르게 ICT는 발전하고 있다. 만성고혈압이나 당뇨 질환자에 대한 단순 반복적인 진단이나 관리 정도는 원격으로도 가능하다는 의료계 내부의 보고서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민영화 절대 반대, 원격의료 거부를 내걸고 다른 한편에서는 의료수가 타령이어선 곤란하다. 전문가적 의견으로 포장하면서 실은 이권투쟁이라면 의료인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인들 남아 있겠는가. 이런 식이라면 지난 3월 파업 때의 비판을 또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