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첫 단추 잘못 낀 '추징 강화法'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계속 나올지도 모릅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어요.”

법무부가 지난달 25일 입법 예고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법조계가 보인 회의적인 반응이다. 개정안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처럼 고액의 벌금형 회피를 위해 차명으로 재산을 숨기고 노역을 하는 일명 ‘황제노역’을 막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효율적인 추징에만 초점을 맞춰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된 규정은 벌금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기소 전후 1년간 특수관계인과 재산을 주고받을 경우 이를 사해행위(채무자가 갚아야 할 재산을 빼돌려 채권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로 추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금은 제3자와의 재산거래가 은닉으로 의심될 경우 검사가 이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입증 책임이 피고인에게 돌아가게 된다. 또 벌금형 선고 후 집행 시까지 검사가 관계인에게 출석이나 과세 및 금융거래 정보 등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으며 압수수색 및 검증도 가능하게 했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특수관계인 범위가 외국에 비해서도 넓게 설정돼 있어 억울하게 재산 피해를 보거나 수사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이 제3자에 대한 추징을 강화하는 입법은 지난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환수작업을 위한 ‘전두환 추징법’으로부터 시작됐다. 이어 전두환법을 공무원 외 일반인에게 확대 적용하는 ‘김우중 추징법’도 빠르게 추진됐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려할 만한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에는 전 전 대통령의 땅을 사들였다가 압류당한 50대 남성이 “불법재산인 줄 모르고 구입했다”며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압류처분 취소소송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검찰은 전두환 추징법을 근거로 그가 전 전 대통령 조카로부터 27억원에 사들인 땅을 압류했지만 제동이 걸렸다.

물론 소송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이 남성이 ‘모르고’ 땅을 산 게 맞다면 침해된 재산권은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