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강제집행절차 개선…형소법 개정안 입법예고

고액의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이를 내지 않으려고 차명으로 재산을 숨겨놓고 노역장 유치신청을 할 경우 은닉재산을 신속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25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벌금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재판에 넘겨진 후에, 또는 기소 전 1년 이내에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과 재산을 주고받으면 이를 사해행위로 추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추가된다.

기존에는 제3자 명의로 재산이 은닉됐을 경우 검찰이 '사해행위의 취소소송'을 제기해 재산이전이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일일이 입증해야 했지만,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검찰의 입증책임이 줄어 재산 환수가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또 벌금형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금융거래정보를 요청하거나 압수·수색·검증 등 다양한 강제적 재산추적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는 지난해 7월 시행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일명 '전두환 추징법'에 규정된 강력한 몰수·추징금 추적 수단이 고액 벌금형이 선고된 일반 피고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올해 초 조세포탈로 벌금 254억여원을 선고받은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이 벌금을 내지 않고 버티면서 일당 5억원짜리 노역생활을 한 사실이 드러나 '황제노역' 논란이 불거지자 관련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고액 벌금 미납자가 재산을 은닉하는 등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는 벌금집행 회피 행위를 차단하고, 노역장에 유치하기 전에 은닉재산을 철저히 추적·집행해 법 집행의 공정성과 신뢰를 높이겠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에 개정안에 대한 부처간 협의를 거쳐 오는 10월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