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테니 만들어 달라"…검찰, 조선족 협조자 구속기소

국가정보원이 간첩사건 증거문서를 위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망설이는 조선족 협조자 김모(60)씨에게 "돈을 줄테니 문서를 구해달라"고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14일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출입경기록을 위조해 국정원에 전달한 혐의로 협조자 김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0월 중국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의 유씨 출입경기록을 위조해 국정원 김모(48·구속기소) 과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과장은 유씨의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 초순 지인 소개로 알고 지내던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출입경기록 위조를 부탁했으나 김씨는 "그럴 능력이 없다"고 거절했다.

김 과장은 "돈을 줄테니 지인에게 부탁해 출입경기록을 구해달라"고 여러 차례 전화한 끝에 결국 승낙을 받았다.

그는 김씨에게 유씨의 인적사항과 통행증번호를 알려주며 "공증까지 받아달라"고도 부탁했다.

김씨는 지인 왕모씨와 함께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만들고 허룽시 공안국 출입경관리과와 공증처 관인을 찍어 문서를 위조했다.

김 과장은 지난해 10월15일 중국 단둥(丹東)시에서 김씨를 만나 위조된 출입경기록 2부를 받았다.

두 사람은 이튿날 선양(瀋陽) 총영사관 이인철(48·불구속기소) 영사를 찾아가 출입경기록을 외교행낭을 통해 수사팀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출입경기록에는 유씨가 2006년 5월27일 북한에 들어갔다가 6월10일 중국으로 되돌아갔다고 돼 있다.

그가 이 기간 북한에서 보위부의 지령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핵심 물증이었다.

검찰은 김 과장이 문서 위조 대가로 김씨에게 2만위안(한화 330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돈을 주고받은 사실을 인정했으나 액수는 서로 다르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가 "재판에 증거로 쓰일 줄은 몰랐다"고 계속 주장함에 따라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과장에게는 모해증거위조와 모해위조증거행사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기소중지된 김씨가 지난달 30일 배편으로 입국하자 곧바로 체포해 출입경기록 위조 경위에 대한 수사를 재개했다.

김씨는 갑자기 입국한 이유에 대해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 없이 사업 문제로 한국에 들어왔고 곧바로 체포될 줄은 몰랐다.

국정원 측과 사전에 연락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의 재판을 이미 기소된 김 과장 등과 합쳐 진행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김 과장과 이 영사, 다른 문서 위조에 관여한 또다른 협조자 김모(62·구속기소) 씨 등의 다음 재판은 1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김동호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