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1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1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내란선동·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항소심에서 징역 9년으로 감형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부장판사 이민걸)는 11일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6명의 피고인에 대해서도 징역 2~5년 및 자격정지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내란선동에 대해 “이 의원, 김홍열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공모하여 내란범죄를 실행시킬 목적으로 선동했다”며 “선동의 상대방인 지하혁명조직(RO) 회합 참석자들이 가까운 장래에 내란범죄를 결의, 실행할 개연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RO 제보자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며 “RO 회합 녹음 파일과 녹취록의 증거 능력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국가이익을 우선해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국회의원의 주도 아래 국가 지원을 받는 공적인 정당 모임에서 내란선동죄 등을 저지른 것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매우 중대하고 급박한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였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을 인정했다. 이어 RO 회합이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하여 전시에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RO 회합 참석자들이 이 의원 등의 선동에 따라 내란범죄의 실행에 합의하는 단계인 내란음모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내란행위의 시기, 대상, 방법, 실행 또는 준비에 관한 역할분담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재판부가 녹취록 등의 증거 능력은 인정하면서도 RO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내란음모 무죄 판결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내란음모와 선동 혐의 등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이 의원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