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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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였던 지난달 24일 오후 제주항 제7부두. 담담한 피아노의 선율이 울려퍼졌다.

이날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추모 독주회를 열고 제주에 미처 도착하지 못한 영혼들과 세월호 사고로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했다. 오는 11일까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독도 사진전을 여는 작가 김중만은 전시 준비 도중 세월호 사고를 접하고 "아픔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바다 사진을 보면 세월호 생각이 나서 제목을 짓지도 못할 정도였다"던 그는 고요한 바다 풍경 사진에 "내 가슴에 묻은 그대들을,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 그래서, 어느 날 바다에 나설 때마다, 너무 많아,/ 불러봐도 다 불러볼 수 없는 그대들의 이름,/ 나는 찾으련다, 나는 불러보련다."는 글 한 편을 적어 놓기도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력감에,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에, 아프고 힘겨웠던 예술가들이 잇달아 세월호 사고를 모티브로 한 작업을 선보이며 치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세월호 실종자 수색이 진행 중인 진도군 팽목항을 8차례 왕복한 작가 한기창은 "거대한 세월호의 침몰이 인간이 그동안 오만하게 지켜 온 신자유주의 기계문명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성격의 유형적 특징을 보여주는 상징체 같았다"고 했다.

한기창은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검은 기름때를 흡착포로 빨아들인 뒤 이를 말리고 그 위에 다시 세월호의 기름으로 검정 먹을 사용하듯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해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영은미술관은 한기창의 개인전에 앞서 지난 6월 아이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퍼포먼스 영상이 포함된 김순임의 개인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 제주도에 배를 타고 출장을 갔다가 해변에서 우연히 짚신 세 짝을 발견한 김순임은 짚신 속에 들꽃을 가득 채워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은 퍼포먼스를 벌인 바 있다.

한남동 비영리예술기관 '아마도 예술공간'에서는 10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세월은 가고, 00만 남았네'전이 열린다. 여기서 선보이는 '2014, 대한민국 봄' 프로젝트는 세월호 사고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를 위해 기획됐다.

박재동 화백이 그린 세월호 희생자의 캐리커처와 함께 작가 10명이 수놓은 세월호 희생자의 이름이 전시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추정은 작업 노트에서 "소망과 치유의 기의로서 한국 여인의 삶을 대표하는 바느질을 택했다"며 "세월호 침몰의 무게와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우리 사회가 모색할 수 있도록 예술계가 계속해서 시끄럽기를 바라며…"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중구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는 '스펙트럼-스펙트럼'전에 참여한 '미나와 사사'(박미나+Sasa[44])의 작업은 그토록 안전을 강조하고도 정작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알사탕을 잘못 먹고 질식사한 딸을 위해 가운데가 뚫린 사탕을 개발해 수많은 아이를 구했지만 정작 아들이 투신자살하는 것은 막지 못한 개발자의 사연에서 영감을 얻은 링 모양의 박하사탕 '라이프 세이버'(Life Savers) 모형과 전시 공간 출구 벽면에 그린 화살표 24개는 현재 사회에서의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10일 막을 내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프로젝트갤러리의 '생명수업: 세상에게'전은 재난의 시대에 대한 탐색과 위로를 담은 전시다. 작가 이혜인은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가며 20분 동안 세월호 희생자의 얼굴을 화폭에 담은 작품을 선보였고, 차승언은 전시장 내와 미술관 3층 복도에 1㎝ 간격으로 실을 설치해 '경계 아닌 경계'를 만들고 괴담 등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 차분해지기를 주문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연도 잇따르고 있다.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자매는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지난달 24일 제11회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러시아 작곡가 안톤 아렌스키의 피아노 삼중주 D단조 '비애'(Elegia)를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연주하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렸다.

유네스코 산하 세계합창연맹(IFCM) 주최로 지난 6일 개막해 오는 13일까지 열리는 '제10회 세계합창심포지엄 및 축제'(WSCM10)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추모와 위로의 곡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밖에 민속학자이자 1인극 배우인 심우성 한국민속극연구소장과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인 이애주(66·서울대 명예교수) 명인, 배우 최일순(극단 서낭당 대표)은 세월호를 비롯한 근현대사 여러 사건의 희생자들을 넋전(죽은 사람의 넋을 그려 오려낸 종이인형) 춤으로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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