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피로 가중·노선 숙지 못해 위험성 높아져
운수업체 "비용 지원 보장 안하면 추가 증차 못해"


경기도의 입석해소대책과 운송회사의 대응이 안전 확보라는 명분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시민들에게 불편만 떠넘긴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직행좌석형 광역버스의 입석금지 시행 둘째 날인 17일 시민들은 "안전을 추구하는 건 좋지만, 실효성 없는 지금의 대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은(28·여)씨는 매일 아침 일산 마두역 버스정류장에서 영등포행 1500번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이날 버스기사에게서 들은 얘기가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버스를 더 늘리지 못하니 단속이 강화되는 한 달 뒤에는 버스 타고 싶으면 더 일찍 나오라고 기사가 그랬다"면서 "뉴스에서는 분명 버스를 늘린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500번 버스는 기존 18대에서 1대 증차됐다.

윤권덕 고양시 대중교통팀장은 이날 파악한 출근시간대 입석자수를 감안하면 현재 운행 대수의 3분의 1을 늘려야 입석이 해소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운영회사인 명성운수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정부에서 버스를 다 지원해주지 않는 한 증차에는 한계가 있다"며 증차 대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증차 정책이 급하게 추진되면서 오히려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운전기사의 업무 피로도가 높아지고 갑자기 새로운 노선에 투입돼 노선을 숙지하지 못할 문제점 등이 꼽혔다.

인천-부천-서울 노선을 운영하는 삼화고속의 나대진 노조 지회장은 "기존 인원과 버스로 배차를 맞추느라 업무 강도가 말도 안 되게 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후 근무를 예로 들면 전에는 12시간 근무 교대였는데 이제는 새벽에 들어갔다가 당일 아침에 또 나와야 한다"며 "새로운 구간에 갑자기 투입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입석 승객을 태우고 고속화도로를 달리지 못하게 되니 시간이 걸리는 우회로로 노선을 변경하는 예도 있었다.

경기 고양 능곡에서 9707번을 타고 서울 구로 가산디지털단지로 출근하는 임형구(52)씨는 지난 16일 아침 황당한 기분을 넘어 불쾌하기까지 했다.

매일 이용하던 버스가 갑자기 노선을 바꿨기 때문이다.

자유로를 달려 영등포에 내려줘야 할 버스가 갑자기 수색로로 이동했다.

이대로 타고 가다간 지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황한 임씨는 중간에 내려 급하게 지하철로 갈아탔다.

평소보다 30분이 더 걸렸다.

임씨는 "고속화도로를 달리면 입석을 못하니까 노선을 바꾼 것 같은데 노선을 바꾸니 버스가 텅텅비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안전도 좋지만, 현실성 있는 대책이 추진되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파주시에서는 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했다며 입석을 허용하고 있어 정책 추진의 '도로아미타불'을 보여줬다.

파주는 입석 금지 대책으로 노선을 신설하면서 14대를 늘리기로 했으나 운송업체의 운전자 수급 실패로 운행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기존 '9030번' 버스의 입석 운행을 허용했다.

속도를 내고 달릴 때의 위험성을 줄이자는 게 이번 대책의 취지인데 사실상 거북이걸음을 하는 노선에까지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 대중교통팀장은 "사실 출근시간대 강변북로는 시속 20∼30km 수준이라 무작정 입석금지를 시행하는 것도 억지스러운 데가 있다"며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최재훈 기자 suki@yna.co.kr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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